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한민국 사회·경제 전반이 힘들었지만 오히려 이 시기 호황을 맞은 분야도 있는데요. 바로 콘텐츠 업계입니다. 대외활동이 극단적으로 줄어들면서 OTT, 웹툰 등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죠. 콘텐츠 업계의 유일한 예외는 바로 영화업계였는데요. 특히 지역 번화가의 중심이던 영화관이 크게 타격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로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화관은 왜 회복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리고 어떤 대안을 찾고 있을까요? 토마토Pick이 영화산업의 위기를 진단했습니다.
영화계의 위기, 영화관으로
사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주기적으로 1000만 관객 돌파 영화들이 쏟아졌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 오컬트 영화로서 최대의 성과를 낸 <파묘>,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 등이 대표적이죠.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관객 수는 1억2313만명이었으며 특히 한국영화 관람객은 7147만명으로 전년 대비 17.6% 올랐습니다.
그러나 세부지표에서는 악재가 많았는데요. 지난해 평균 관람 횟수, 극장 수, 스크린 수가 모두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국산 영화의 수익률은 –16.4%였죠. 2024년 극장 매출액은 1조1945억원인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평균의 65.3%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관객 수도 전년 대비 상승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죠. 국내 영화관은 계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근 CGV가 4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았는데요. 이처럼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상영관을 줄이는 등으로 적자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충북 제천시는 지난해 지역 유일의 영화관인 CGV제천이 문을 닫으면서 영화제는 있되 영화관은 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죠.
OTT 바람, 시장에 충격
코로나19 이후 가장 조명받은 시장은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업계입니다. 국내에서도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OTT가 우후죽순 생겨났죠. 이 기간 극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관객수가 급감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민들에게 티켓 가격 인상은 부담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영화배우 최민식이 TV 방송에서 영화표 값이 비싸다고 지적했을 정도죠.
이것은 영화계 악순환의 시작이었는데요. 현장 관람이 원동력인 스포츠,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은 앤데믹 이후 성공가도를 달렸습니다. 야구는 1000만 관객 기염을 토하기도 했죠. 반면 영화는 그렇지 못했는데요. 똑같은 콘텐츠를 압도적으로 싼 가격에 볼 대체재인 OTT가 생기자 사람들은 그쪽으로 몰렸습니다. 이 기간 OTT 업계는 <오징어게임> 등 대작들을 연이어 성공시켰습니다. 압도적 자본력을 바탕으로 영화계의 인재들을 흡수, 더 좋은 작품들을 내세웠고 영화계, 특히 영화관은 더더욱 위축됐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을 넷플릭스의 <전, 란>이 차지한 것은 시대가 바뀌었음을 보여준 단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관, 팬덤의 시대로
영화계라고 도전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팬데믹 기간때부터 수많은 영화들이 초특급 배우들을 이끌고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상술한 대작들 외의 영화 대다수가 쓴맛을 보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죠. 결국 대형 배급사들도 투자를 줄였는데요. 덕분에 영화관은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검증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작품만 상영하는 편중 문제도 발생했죠.
2024년 들어서는 아예 최소한의 성공을 보장하는 팬덤의 시대가 개막했는데요.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한 <사랑의 하츄핑>, 가수 임영웅의 팬층에 기댄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을 다룬 <건국전쟁>은 특정 정치 지지층에, 에버랜드의 판다 푸바오를 다룬 <안녕, 할부지>는 푸바오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기댄 작품이었죠.
낮잠, 야구 경기…
영화관의 새 시도
OTT의 대두와 함께 영화관은 기능적으로 한계를 맞았습니다. 리클라이너 좌석을 늘려 고급화하는 등 차별점을 키우고는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보지는 못했죠. 이에 영화관들은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메가박스는 상영관을 낮잠 자는 휴식공간으로 쓰는 마케팅을 선보였는데요. 17~21일까지 1000원에 2시간,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지만 이색적인 시도입니다. CGV는 한국프로야구(KBO)와 협업해 야구경기를 극장에서 단독 생중계하기로 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경기를 극장에서 보도록 한다는 건데요. 두 이벤트 모두 영화관의 기능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입니다.
악순환 끊을 해결책 필요
팬덤에 의지한 영화 상영과 새로운 이벤트는 결국 미봉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국 영화관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요소가 있어야 티켓도 정기적으로 팔릴 테니까요. 영화계가 위기를 넘겨야 영화관도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근 영화산업계에서 논의되는 것은 ‘홀드백’입니다. 영화가 개봉해도 반년이면 OTT에서 등장하니 사람들이 영화관에 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이 유예 기간을 늘리고 제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도록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영화관 티켓값이 배급사로 향하는 부금도 조정이 필요하고, 특정 영화만 상영하는 영화의 편중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영화산업계의 상생이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와도 이겨낼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