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오픈AI 인수 제안을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오히려 머스크의 X(구 트위터)를 자신이 사겠다고 역으로 도발하기도 했는데요. 두 사람은 현재 미국 각계의 최고 거물입니다. 머스크는 전기차와 우주산업 등을 망라하는 기업을 보유했으며 알트먼은 현대사회 최대 화두인 AI분야의 선두에 위치했죠. 토마토Pick이 두 사람의 오랜 악연과 현재까지 이어진 경쟁을 정리했습니다.
오픈AI 영리화 놓고 이견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두 사람은 2015년 오픈AI 창업 때부터 함께했던 개국공신입니다. 두 사람이 처음 설립할 당시 오픈AI는 비영리 AI 연구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곧 오픈AI의 방향을 두고 이견을 보였습니다. 우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다른 사업에 집중해야 했죠. 여기에 테슬라의 AI 연구에 따른 이해충돌 문제를 이유로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했습니다. 그러나 내막은 달랐는데요. 비영리였던 오픈AI가 영리화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갈렸습니다. 머스크는 AI의 상업화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봤지만, 알트먼은 자금 확보 및 AI 연구를 위해서는 상업화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결국 오픈AI는 오픈AI LP라는 형태로 영리화를 추진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끌어내기까지 했습니다.
오픈AI 둘러싼 소송전도
머스크는 2019년 이후 시시때때로 오픈AI와 알트먼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된 이유는 AI 기술의 위험성이었는데요. MS와 같은 특정 대기업이 AI 기술을 독점하는 게 인류에 위험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MS는 지난 2023년 11월 알트먼이 오픈AI로부터 해임됐을 때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머스크는 지난해 2월 알트먼과 오픈AI를 겨냥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인류에게 혜택을 주도록 하는 것’이라는 초기 목표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했으므로 회사 설립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기술 개발 내용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지 않고, 사실상 MS의 자회사가 됐다는 것이죠. 오픈AI 쪽 인사들은 머스크의 주장에 반박했는데요. AI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상업화와 AI 발전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MS의 후원을 바탕으로 챗GPT 등의 개발도 계속되고 있죠.
오픈AI에 미련 못버린 머스크
일각에서는 지난해 고소가 머스크가 AI 사업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주된 근거는 3개인데요. 첫 번째로 2018년 오픈AI를 떠나기 전 머스크는 AI 기술이 구글에 뒤쳐진다며 회사 인수를 시도했습니다. 이 때문에 머스크의 소송 당시 제임스 권 오픈AI CSO는 내부 이메일을 통해 “머스크는 자신이 사실상 공동창업한 회사와 현재 연계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죠. 두 번째는 고소의 진정성입니다. 머스크는 수개월 만에 고소를 취하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와 그록-1(Grok-1)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비판하고 소송까지 벌인 오픈AI에 또 974억 달러(약 141조원) 규모의 인수를 제안하면서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죠. AI의 공공성을 강조한 머스크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스타게이트'로 또 충돌
오픈AI를 두고 다투기 시작한지 6년. 두 사람은 새 정부와 새로운 정책을 두고 또 충돌했습니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지지에 나섰고, 그 덕에 지금까지 최측근 중 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반면 알트먼은 대선 정국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진 않았는데요. 대신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빅 딜’을 제안했습니다.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의 AI 워크로드를 지원하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입니다. 최대 5000억 달러(약 700조원)를 들여 미국 전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죠. 이 거대 프로젝트에는 소프트뱅크와 MGX, 오라클, MS 등이 참여합니다.
이 사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데요. 최근 중국이 딥시크를 시작으로 AI 시장에서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만큼 미국으로서는 이 프로젝트에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치열해지는 AI 시장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교두보인 셈이죠. 그러나 머스크는 이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충분한 자금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에 알트먼은 “이미 첫 번째 현장 부지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불화’를 활용하는 트럼프?
두 사람의 불화는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됐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마저 “그(머스크)는 스타게이트 거래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싫어한다”며 간접적으로 두 사람의 불화를 언급할 정도죠. 그렇다면 과연 두 사람의 불화는 얼마나 갈까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만 AI 분야에 한해서는 알트먼과 스타게이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xAI를 통해 오픈AI와 경쟁하는 머스크로서는 속이 쓰릴 일인데요. 오픈AI에 대한 러브콜과 소송 등을 통한 견제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건강한 경쟁은 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겠지만, 양측의 대립이 건강한 경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