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에 먹이를 주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비둘기가 유해동물로 지정됐기 때문인데요. 동물에게 모이 좀 줬기로서니 벌금을 물리느냐는 비판이 있는가하면 더욱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토마토Pick이 도심에서의 동물과 피해, 그리고 공존에 대해 진단했습니다.
최대 100만원 과태료
지난달 시행된 야생생물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도마 위로 올랐습니다. 하위법령에서 지자체가 조례로 집비둘기 등 유해야생동물에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요. 이미 서울시의회에서도 관련 조례가 발의된 상태(3월 시행)로,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서울시의회가 정한 과태료도 적지 않은데 처음 적발되면 20만원, 두 번째 적발 시 50만원, 세 번째부터는 100만원입니다.
왜 유독 비둘기일까
사실 먹이주기 금지 대상은 엄밀히 말해 비둘기가 아닌 ‘유해야생동물’로 참새나 까치, 까마귀도 포함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둘기에 눈길이 쏠리며 주로 언급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상술한 새들과 달리 비둘기에 특히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이를 뿌리는 어르신과 그걸 쪼아먹는 비둘기는 도심 공원에서는 흔한 풍경이 됐는데요. 비둘기는 참새나 까치 등 다른 새와 달리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쉽게 다가간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조류 중에서는 영리한 편에 속해 사람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다가가는 것인데요. 식성도 다른 새들과 달리 곡식뿐만이 아니라 빵 부스러기, 과자 등 사람이 먹는 음식까지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먼저 인간에게 다가가기도 합니다.
아주 오래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사람이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이 일종의 선행이거나, 아니면 평화로운 풍경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또 사람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비둘기는 야생동물과 반려동물 사이 어딘가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평화의 상징’, 유해조수로
그러나 지금은 상당수 시민들이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보지 않습니다. 떼로 몰려다니며 피해를 주는 유해조수로 보죠. 유달리 무리를 지어 거리 한구석을 장악한 모습을 보고 오히려 시민들이 피해서 다녀야 하는 지경입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다가갔다가 비둘기들이 동시에 날뛰어 놀란 경험은 도심에 사는 시민들이라면 누구나가 가진 불쾌한 추억이죠.
비둘기로 인한 피해는 단순한 불쾌감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비둘기 무리의 배설물은 거리를 거니는 시민 머리 위로 쏟아지기 십상이고, 도로를 오염시키며 악취를 유발하죠. 건물이나 각종 조형물, 설치물에 부식을 촉발하기도 합니다. 배설물에 포함된 진드기나 세균 등이 초래할 수 있는 보건·위생 문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최근에는 광주 지역 비둘기의 분변에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가 검출되기도 했죠.
천적없어 생태계 불균형
게다가 개체수 문제도 있는데요. 인위적인 먹이 공급으로 인한 개체수 폭증도 문제를 키우고 있습니다. 집비둘기는 2019년 7200마리에서 지난해 9400마리로 30% 가량 늘어난 실정이죠. 도심에서 특별한 천적도 없이 원활하게 먹이가 공급되니 개체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겁니다. 이로 인한 생태계의 불균형 우려도 커지는 실정이죠.
밥 줬다고 벌금? 갑론을박
정부의 이번 정책은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의견도 큰 상황인데요. 비둘기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와 불편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먹이를 주는 것을 금지하는 게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겁니다. 비둘기에게 먹이 주는 걸 금지한다고 개체수가 줄어든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속이라도 하지 않는 한 이런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기도 하죠.
갑작스러운 먹이 공급 차단이 관점에 따라 학대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람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새들에게 먹이를 차단하면 알아서 다른 먹이를 찾을 수 없고, 사실상 굶어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입니다. 비둘기로 인한 피해는 지극히 인간 위주의 발상일 뿐, 엄밀히 말해 비둘기 역시 생태계의 일원이므로 공생해야 한다는 것이죠.
동물단체는 개체수 조절을 위한 대안 마련을 위해 단순히 먹이 금지를 넘어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먹이 급여량을 조절하거나, 서식지를 관리하는 등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러한 대책의 일환으로 해외에서 사용하는 불임 모이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에 따르면 스페인은 불임 모이 급여로 비둘기의 개체수를 약 55%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도심 속 동물 갈등 서막
사실 도심에서의 동물 문제는 비둘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다른 사례로는 고양이가 있는데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이른바 ‘캣맘’들과 고양이의 분변, 소음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갈등이 대표적이죠. 사실 도심에서 동물들이 먹이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므로 점점 사람의 접촉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고, 그로 인한 불편이 늘어나는 것도 필연적이죠. 이번 먹이 주기 금지는 도심 속 동물과 사람 간의 갈등이 개인의 불편을 넘어 사회문제로 자리잡았다는 방증입니다. 단순히 특정 동물 한두 종이 아닌 모든 도심 속 동물에게 적용될, 장기적이고 확실하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만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