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년만에 백악관을 떠납니다. 당선 당시 기준 77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었던 그는 지난 4년간 세계 최강대국을 이끌며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게다가 유달리 굵직한 사건도 많았습니다. 가자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재난이 모두 그의 임기에서 발생했으니까요. 토마토Pick이 지난 4년간의 바이든 정부를 짚어봤습니다.
바이든, 최고 업적은 “외교”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업적으로 외교정책을 꼽았습니다.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정립했다는 것인데요. 바이든 정부는 4년간 적대적인 몇몇 국가는 철저히 배격한 반면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회복에 주력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를 내세우고 자국 우선주의를 펼쳤는데요.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노선의 차이를 선명히 보여줍니다. 백악관 입성 후 세계보건기구(WHO), 파리기후협정 복귀 등을 진행하며 우방과의 접촉을 늘린 게 대표적이죠.
경쟁관계 국가와의 대립에서도 동맹관계를 적극 활용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를 견제할 때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연계로 제재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실추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프가니스탄 철군인데요. 이 사건은 동맹국으로부터 ‘언제까지나 미국이 지켜줄 순 없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전쟁도 막판 휴전 합의를 이끌긴 했지만, 15개월 내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보여줬습니다.
중국 견제 이어간 바이든
당도 이념도, 정책까지 모두 달랐던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몇 없는 공통점은 바로 중국 견제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이란 말 자체가 트럼프 정부 시절 시작된 말인데요. 바이든 정부도 그 기조를 이어받았습니다. 다만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는데요. 트럼프 정부가 좀 더 직접적이었다면, 바이든 정부는 다자주의에 입각해 파트너를 만드는 데 집중했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QUAD), 오커스(AUKUS)를 가동한 것, 한미일 협력관계를 구축한 게 대표적입니다.
자국 내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과학법 등을 시행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해 중국 주도의 공급망을 견제하고 기술패권 경쟁을 계속했죠.
소수자 문제, 해결엔 ‘미적’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은 이민 및 인종차별 문제, 낙태 문제 등에서 극단적으로 분열됐습니다. 장벽을 세움으로써 이민자 문제에 강경 대응했고,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말미암은 BLM(Black lives matter)운동이 발생하기도 했죠.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문제들에 온건하게 대처했습니다. 인종 및 성평등 다양성 확대를 추진하기도 했죠.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결정에 반발해 낙태권 복원을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해결까진 못했는데요. 불법 이민자 문제가 가라앉지 않자 바이든 대통령도 결국 장벽을 유지했습니다. 낙태권 문제도 결국 트럼프 정부가 돌아오면서 더 논의하기 어려워졌죠.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존재하는 사회적 문제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진 못했습니다.
인플레이션 해결 실패
바이든이 임기 내내 고생했던 최악의 걸림돌은 경제 문제, 즉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폭증했고, 생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물가가 올랐습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에너지와 곡물가격이 급등했죠. 이는 인플레이션을 가속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는 연이어 실책을 이어갔는데요. 2021년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행한 미국구제계획법은 물가상승을 더욱 확대시켰습니다. 1조9000억달러를 투입한 이 패키지 법안은 대다수 미국인에게 14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고, 실업수당을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팬데믹 초기 경제적 충격을 완화했지만 대규모 현금 지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했습니다. 또 탄소 저감을 목표로 화석연료 생산을 억제하는 각종 정책을 펼쳤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과 맞물려 유가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이는 곧 인플레이션 심화로 이어졌죠.
물론 미국구제계획법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서도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를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려뒀지만 인플레이션 문제는 대선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결국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기간 내내 불법 이민자 문제와 함께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을 집중 공략했고, 이는 백악관 재입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바이든의 4년, '지워질' 위기
바이든 대통령의 4년은 유달리 험난한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전쟁이 임기 내내 정권을 흔들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안정과 회복에 방점을 둔 정책들을 펼쳤지만, 결국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하면 파리기후협정의 재탈퇴, 석유 시추 등 에너지 생산 확대 등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죠. 후일 미국에서 바이든 정부의 4년은 ‘잃어버린 4년’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