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각) 세계 4위의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가 브릭스(BRICS) 가입을 확정했습니다. 벌써 11번째 회원국인데요. 브릭스는 최근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를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불쾌한 내색을 드러냈는데요. 그렇다면 브릭스 참여 국가들은 무엇을 추구하고 있고, 왜 미국은 브릭스를 달갑지 않아 하는 걸까요? 토마토Pick이 분열하는 세계와 그 중심에 있는 브릭스를 살펴봤습니다.
4개국으로 출발한 브릭스
브릭스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의 5개국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당초 골드만삭스에서 200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4개국(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부르는 용어(BRICs)였지만, 2006년부터 정식 국제 협력기구를 부르는 명칭이 됐습니다. 이후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참여하면서 현재의 브릭스로 굳어지게 됐습니다. 2024년 브릭스는 회원국을 대폭 받아들였고, 최근 인도네시아까지 합류를 결정하면서 총 11개국이 됐습니다.
브릭스가 만들어진 2000년대를 기준으로 브릭스 초기 4개국은 모두 높은 잠재력을 가진 국가였습니다. 현재도 4개국은 1억이 넘는 인구를 보유했으며 남아공 역시 6000만명이 넘습니다. 특히 인도와 중국은 세계 인구순위 1·2위 국가입니다. 브릭스 회원국 11개국을 모두 합치면 세계 인구의 40% 이상이죠. 자원도 넘치는데요. 이란은 석유, 러시아는 천연가스,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희토류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죠. 회원국 현황을 보면, 초기 5개국 외에 이란·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에티오피아(2024년 가입), 인도네시아(2025년 1월6일 가입) 등이 있습니다.
브릭스는 왜 만들어졌나
브릭스의 주요 목적은 미국과 서방 중심의 세계질서에 새롭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브릭스 회원국 상당수는 미국과 크고 작은 대립을 벌여왔고 이로 인한 불이익을 겪었는데요. 높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도 미국의 제재로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란이 대표적입니다. 러시아 역시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바 있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다수국들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미국 주도로 돌아가는 등 세계경제 질서를 미국이 움켜쥐고 있는 것에 대해 이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그래서 브릭스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탈달러’를 시도하고 있죠.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흐름을 바꾸고자 하는 것입니다.
브릭스 결집시킨 중·러
브릭스는 출범 이후 꾸준히 탈달러를 시도했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는 크게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브릭스 회원국들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죠. 코로나19로 전세계적인 경제난을 겪는 가운데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 수출을 중단하는 등 자원으로 압박하기 시작하자 상당수 국가들이 크게 흔들린 것입니다. 미국도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키우고 있어, 러-중 등이 결집한 브릭스가 조명되는 것은 필연이었습니다. 2024년 브릭스가 멤버를 대거 늘리면서 세 확장과 세계 경제질서 재편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관세 100%” 경고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도 이들의 결집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보편적 관세 때문인데요. 비(悲)달러 대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여러 국가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브릭스 가입을 선언 및 추진하는 국가들도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당사자이자 패권국인 미국으로서는 불쾌할 만한 내용인데요. 특히 트럼프의 불만이 큽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브릭스 회원국이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로 보복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가 브릭스의 도전에 이처럼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은 실제로 달러화의 글로벌 기축 통화 지위가 나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3분기 기준 달러는 글로벌 외환보유액의 57.4%로, 2000년대 초반 70%를 웃돌던 것에 비해 눈에 띄게 하락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신흥 강국으로 구성된 브릭스의 도전에 직면한 것이죠.
브릭스의 도전…앞길 ‘험난’
여기까지만 보면 브릭스의 앞날은 창창합니다. 자원과 인구, 영토 모든 게 든든하게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브릭스의 궁극적 목표인 세계 경제질서 재정립도 희망적일까요? 많은 이들이 여기에는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브릭스 회원국은 탈달러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대체할 화폐는 찾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도 브릭스 국가들만의 결제수단을 만들 때가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현실은 요원한 실정입니다.
회원국 이질성도 ‘걸림돌’
유럽연합(EU)나 남미의 메르코수르가 뭉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이 인접해 민족·종교·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그에 따라 목적도 일치했기 때문인데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로 뿔뿔이 흩어진 브릭스는 이질성이 매우 큽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뭉쳤지만 제조 및 수출강국인 중국, 에너지 자원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성장 둔화를 겪는 브라질 등 민족, 종교, 심지어 처한 경제상황까지 각기 다릅니다. 오히려 각국이 정치적 이해의 차이로 대립하기도 하는데요. 통합은커녕 뜻을 맞추기조차 어려운 실정이죠. 인도와 중국은 영토분쟁을 겪고 있으며 북한군 개입을 두고 러시아와 중국도 갈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산적한 문제들을 해소하고 회원국 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브릭스의 도전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 되겠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