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이 귀환했습니다. 자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각국은 물론 많은 기업들이 세계 경제 질서 개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특히 AI(인공지능)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의 경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플랫폼 기업은 여러 정책 변화에 따라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토마토Pick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플랫폼 전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대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자 미국 빅테크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에 비해 AI 등 신산업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보는 건데요. 트럼프는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AI 행정명령을 철폐하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어, AI 관련 규제도 완화될 전망입니다.
-구글 ‘해체’ 논의 중단되나 :현재 미국 법무부는 온라인 검색시장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을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구글 해체 방안을 멈추고 반독점 관련 정책 일부를 되돌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도 지난달 “구글 해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변수는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한 벤처 캐피털리스트 출신인 그는 지금껏 '정부 규제가 스타트업을 옥죄고 대기업에만 이득이 된다'는 시각을 피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구글을 해체해야 한다"라면서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많은 빅테크들이 쪼개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마존·MS·메타도 예의주시 :다른 여러 빅테크 기업들도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에 따른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트럼프의 행보가 예측이 힘든 만큼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인데요. 트럼프 1기 때 악연으로 얽혔던 아마존, MS, 메타 등 주요 빅테크 수장들은 앞다퉈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국내 플랫폼엔 ‘먹구름’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표 플랫폼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정책에 따라 AI 사업에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와 EU(유럽연합) 등 글로벌 각국의 규제 강화 추세 속에서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관점을 강화할 경우 미국을 제외한 기업들은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기술 격차 확대 우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AI 산업 성장을 위해 전폭적인 자국 기업 육성책을 편다면 가뜩이나 벌어져 있는 기술 격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는 ‘소버린 AI’(주권 AI) 전략을 통해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독립적 AI 생태계 구축에 집중해 왔는데요. 미국 빅테크와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면 소버린 AI를 통한 글로벌 영향력 확대 계획이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주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략기술육성과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미국은 자국 중심으로 AI를 성장시키고 국방안보에도 AI 기술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국 AI 기업과 기술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와 관련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자체 컨퍼런스 ‘단24’에서 “트럼프 취임 이후 빅테크와 AI 기업들에 대해 비규제, 인수합병에 있어 자유로운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미국과 반대되는 (국내의) 플랫폼 규제 상황과 맞물릴 경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보는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규제, 통상 마찰 우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플랫폼 관련 강력한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인데요. 국내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미국 IT 업계를 대변하는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플랫폼 규제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규제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통상과 관련 한·미 경제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행법 집행 강화도 대안” :이런 우려 탓인지 플랫폼 규제법을 새로 만들거나 개정하기보다는 현행 공정거래법을 강하게 집행하는 것이 낫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쟁법 전문가인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 규제 방안인 ‘사전 지정 제도’가 국내 플랫폼에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으며, 이보다 약한 ‘사후 추정 방식’도 통상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행 공정거래법을 보다 강하게 집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사전 지정’을 골자로 한 플랫폼경쟁촉진법을 추진하다가 지난 9월 ‘사후 추정’ 및 ‘입증 책임 강화’ 방식의 개정안으로 입장을 선회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에 따라 언제든 국내 AI를 비롯한 플랫폼 산업 전반에 ‘퍼펙트 스톰’이 몰려올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런 국내외 상황을 잘 살펴 큰 파고를 잘 넘길 수 있도록 현명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