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서 판매하는 음식 가격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하는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이중가격제 때문입니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호소하는 음식점들이 앱 내 가격을 올린 '이중가격'으로 대응에 나선 것인데요. 최근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둘러싼 불만이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업체뿐만 아니라 일반음식점까지 이중가격제 도입 확산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배달 일상화'로 인해 늘어난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토마토 Pick이 배달비 분담과 관련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소비자는 ‘깜깜이’
수수료 부담에 대한 불만으로 촉발된 이중가격제는 현재 햄버거나 도시락, 커피 등 다양한 업종으로 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물가로 외식비가 점점 오르는 마당에 배달 음식에 지출하는 비용이 더 커지게 된 것이죠. 문제는 소비자들이 매장 판매 가격과 배달앱에서의 가격 차이를 모르고 주문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외식 브랜드들이 매장과 배달앱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에 소비자 알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죠. 한국소비자원은 배달앱 4곳에 이중가격제 표시 개선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2월 한 차례 권고에도 개선되지 않자 1년 반 만에 다시 권고한 것입니다.
-10곳 중 6곳, 이중가격제 :이중가격제는 지난 2022년에도 이슈가 됐습니다. 그해 12월 보고된 소비자원의 '배달앱 이용 실태조사'를 보면, 배달앱에 입점한 서울 시내 34곳 음식점 1061개 메뉴 중 20곳(58.8%)에서 매장과 배달앱 메뉴 가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음식점 10곳 중 6곳에서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1061개 메뉴 중 541개(51%)의 가격이 달랐으며, 이 중 529개(97.8%) 메뉴는 배달앱에서 평균 621원, 최대 4500원 더 비쌌습니다. 이중가격제에 대한 고지 또한 부족했습니다. 조사 대상 음식점 중 13개 음식점(65%)이 배달앱 내 가격이 매장과 다르거나,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깊어지는 수수료 갈등
배달 플랫폼의 등장으로 지금은 휴대폰 터치 몇 번만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시대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지난 2017년 2조7325억원에서 2023년 26조4011억원으로 6년 사이 10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지나면서 배달앱 거래 규모는 빠르게 확대됐고, 이제 배달앱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워졌죠. 음식점들의 배달앱 의존도가 커지면서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배달 플랫폼에 지불하는 비용 항목은 중개수수료, 배달비, 결제수수료 등입니다. 각종 이유로 배달앱이 가져가는 비용이 늘어나도 영업을 위해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버린 것입니다.
-배달앱 경쟁에 자영업자는 운다 :무료배달 서비스에 음식점주들의 쌓인 불만은 폭발했습니다. 배달앱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앞다퉈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했고, 이후 일부 업체는 수수료를 인상했습니다. 무료배달 서비스 비용을 음식점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 1일부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플랫폼에서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한솥도시락은 "최근 세 배달 플랫폼이 무료배달 서비스에 따른 각종 비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모든 비용을 가맹점에 부담시켰다"면서 "배달 매출의 약 30%를 플랫폼에 지불하게 돼 가맹점 수익이 남지 않는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세 배달앱 전용 판매가를 운영하게 됐다"고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자사앱 키우는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점주들의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자 자사앱 키우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자사앱을 통해 주문할 시 사이드 메뉴나 할인 쿠폰을 제공해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는 식입니다. 각종 행사 영향으로 자사앱 주문이 늘어난 업체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자사앱 활성화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배달앱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앱 하나면 모든 음식을 시킬 수 있는데, 자사앱을 활용하면 이것저것 깔아야 하지 않느냐"면서 "할인행사를 통해 자사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수수료 놓고 논의 ‘지속’
배달 수수료를 둘러싼 플랫폼 업체와 입점 프랜차이즈·자영업자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상생협의체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러나 지난 4일 진행된 10번째 논의에도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차등 수수료율' 도입에 대해 전향적인 제안이 나왔지만 수수료율에는 이견을 보였습니다. 차등 수수료율은 배달앱 내에서 매출이 낮은 업체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상생협의체는 7일 재논의 예정입니다.
-입법으로 규제할 가능성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생협의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입법을 통해 수수료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도 시사한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도 '플랫폼공정화법' 같은 법적 제도 마련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이 제안한 법안은 중개수수료율 상한선을 설정하고, 영세업체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어 향후 배달앱 수수료 규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 배달 플랫폼의 시대인 것 만은 분명합니다. 이중가격 도입으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문득 배달 전단지를 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그 시절에는 배달비라는 개념도 없었고, 이런 갈등도 없었죠. 세상은 편리해졌지만 그 대가를 누가 지불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