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이스포츠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한국팀 T1이 작년에 이어 다시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T1은 사상 첫 통산 5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는데요.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스포츠가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첫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이번 롤드컵 우승으로 또 한번 ‘이스포츠 강국’임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내 게임산업은 ‘질병코드 등재’, ‘사전 심의’ 등 각종 검열 논란으로 어수선한데요. 토마토Pick이 이스포츠 분야의 세계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녹록지 않은 국내 게임업계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롤드컵 새역사…'V5' 금자탑
T1은 지난 3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롤드컵 결승전에서 중국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세트 스코어 3:2로 격파하고 우승의 상징인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T1은 2013년, 2015년, 2016년, 2023년에 이어 5번째 롤드컵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는데요. 동일 주전 로스터(제오페구케·제우스(최우제), 오너(문현준), 페이커(이상혁), 구마유시(이민형), 케리아(류민석)) 2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남겼습니다.
-대역전 T1, 페이커 ‘GOAT’ :1세트에서 패한 T1은 2세트에서 이상혁(활동명 ‘페이커’)의 활약으로 균형을 맞췄습니다. 이후 3세트에서 초반에 허무하게 5킬을 당하며 승기를 내준 T1은 4세트에서도 위기를 맞았지만, 또 다시 페이커의 슈퍼 플레이가 빛을 발하며 승부를 최종전으로 끌고 갔습니다. 최종전에서도 페이커는 BLG 선수들을 묶고 동료들이 참전할 시간을 끌어주는 등 활약을 하며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스포츠계의 세계적 슈퍼스타인 페이커는 이번 대회에서 롤드컵 역사상 최초로 500킬 기록을 쓰며 2016년 롤드컵 MVP에 이어 8년 만에 다시 MVP 타이틀도 거머쥐었습니다. 롤드컵 역사상 두 번의 MVP는 페이커가 처음입니다. 전세계 팬들은 페이커를 향해 아낌없이 ‘GOAT’(Greatest Of All Time)를 연호했습니다.
오랜 후원사 SKT 화색
T1의 롤드컵 우승으로 오랜 후원사인 SKT도 환호했습니다. SKT는 T1과 함께 했던 자사의 노력을 자평하며 사업 확대를 약속했는데요. 앞서 SK스퀘어(SKT 자회사)와 글로벌 미디어 그룹 컴캐스트가 공동 경영 중인 T1은 지난해 346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전년 대비 45% 성장한 수준입니다. SK스퀘어와 컴캐스트는 T1을 글로벌 이스포츠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추가적인 성장 재원 마련을 포함해 신사업 활성화 등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롤드컵에서 확인한 ‘글로벌 팬덤’이 향후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 "큰 도전 기대" :최태원 SKT 회장도 축전을 보내 T1의 우승을 축하했습니다. 최 회장은 “여러분이 보여준 패기와 팀워크가 전세계 팬들에게 큰 감동과 자부심을 줬다”라며 “이번 우승이 대한민국 이스포츠의 새로운 역사와 함께 큰 도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게임업계 드리운 먹구름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롤드컵까지 제패하며 게임 강국의 위상을 높였지만, 정작 국내 게임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현행 게임물 심의 제도에 대한 ‘사전 검열’ 논란과 게임의 ‘질병코드 등재’ 여부 등 굵직한 현안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사전검열 폐지해야” :'사전검열'은 최근 게임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현안입니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물’의 제작·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유튜버 김성회씨를 포함한 21만여명은 이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김씨는 이번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나와 “조항의 ’지나치게’라는 문구가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라며 “그 결과 500여종의 게임이 ‘모방 범죄 우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국에서만 차단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일국의 문화 콘텐츠의 허용 범위가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개인의 취향에 의해 규격화되고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영화, 드라마와는 다른 기준 :특히 김씨는 다른 K콘텐츠와 비교해 게임에 대한 검열이 과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습니다. 그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보면 차단된 게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장면이 나오고 영화 ‘독전’에는 마약 투여와 제조, 고문 장면이 나오는데 15세 관람가”라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K콘텐츠의 쾌거라고 하면서, 이보다 수위 낮은 비슷한 내용의 게임은 성인도 이용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게임=질병?’…질병코드 논란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해 촉발된 ‘질병코드’ 논쟁도 거셉니다. 우리나라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게임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수용 여부를 놓고 벌어진 공청회에서는 찬반 양측의 대립이 첨예한 상황인데요. 낡은 인식과 규제로 산업을 규율하고 있는 게 아닌지 깊이 고민해 볼 때인 것 같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