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정년 60세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시행된 건 2016년부터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졌고, 2025년이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듭니다.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첫 신호탄을 쏘았습니다. 우선 공무원들과 함께 일하는 행안부 소속 공무직 노동자들이 최대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대구시가 처음으로 이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토마토Pick이 정년연장 논의가 어디까지 왔는지, 좀 더 확산할 수 있을지 짚어봤습니다.
공무직, 연장 요구 확산
서울시 공무직 노동자들은 이달 24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 중입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 서울지역지부가 서울시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원만한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주요 요구는 정년연장과 동일직종 동일임금, 적정인원 확보 등인데, 특히 정년연장이 쟁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공무직 정년연장에 나선 만큼, 서울시도 동참해야 한다는 게 노조 입장입니다.
-행안부, 단계적 첫발 :공무직은 정년이 보장된 무기근로 계약직으로, 주로 공공기관에 소속된 정규직 노동자를 말합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새로 만들어진 직종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이들 공무직 노동자 2300여명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행안부는 지난 14일부터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규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는데, 지난 9월 행안부와 소속 공무직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반영한 겁니다. 중앙부처 중 직종과 관계없이 공무직 정년을 연장한 건 행안부가 처음입니다.
-대구시, 지자체 중 처음 :대구시도 공무직 정년을 최대 65세까지 연장합니다. 정년연장 대상은 본청과 산하 사업소에서 시설물 유지보수와 장비 관리, 상담, 상수도 검침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직 412명입니다. 시는 ‘대구시 공무직 근로자 관리규정’ 개정 절차를 밟아 내년 상반기부터 정년연장 규정을 적용하고, 향후 5년간 매년 1년씩 공무직 노동자 정년을 연장한다는 계획입니다. 대구시는 공무직 노동자 고령화와 인구변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등에 대응하기 한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지자체 가운데 처음 이뤄진 조치입니다.
노인 1천만명…빈곤율 심화
저출생 문제로 국내 인구 구조는 급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미 노인 인구 1천만명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노인빈곤율은 2023년 기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습니다. 급격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고용정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만 60세 전에 조기 퇴직하는 관행이 횡행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노령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 연령 간에 수년의 간극이 있어 퇴직자들이 경제적 문제에 시달리고,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중고령층이 이직하게 되는 경우,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이전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금 수급과 정년, 연동돼야 :지난 1998년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2014년 기준 60세(1952년생)였던 연금 수급개시 연령이 4년마다 1세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63세인데, 2033년부터는 65세가 됩니다. 60세 정년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2033년부터는 정년퇴직 후 5년 동안 연금을 받지 못합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고령층 10명 중 7명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평균 73.3’세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초고령 국가들, 연장 추세
다른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들도 정년을 늘리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지난 2013년 법을 개정해 65세까지 계속고용을 유지하거나 정년을 연장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는 노동자가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 ‘노력할 의무’를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현재 60세 이후에도 대부분 현직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은 65세 정년을 오는 2029년까지 67세로, 스페인은 2027년까지 67세로 연장한다는 방침입니다.
-고령노동자 기준 상향도 시급 :국내의 '정년 60세' 시스템은 2013년 개정돼 2016년 시행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그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법 개정 이후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추진됐고,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됐습니다. 여기에 연금 수급 연령이 뒤로 밀리면서 고령의 노동자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입니다. 노호창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의 법적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 간에 차이가 큰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무기직 전환이 요구되지 않는 고령자 기준이 55세인 탓에 정년 60세 의무화 효과가 반감되는 측면이 있다. 고령자 연령을 60세로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