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2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야는 ‘민생 국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정치 공방에만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7일부터 지금껏 ‘김건희 국감’, ‘이재명 국감’에만 열중한 탓에 민생 현안들이 모조리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국감 결과보고서가 제대로 채택되지 않아 정부 기관들의 시정조치 확인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올해도 이런 일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토마토Pick이 현 정부 들어 진행된 국감 이행 현황을 알아보고, 정치 분야 외에 꼭 다뤄져야 할 국감 현안들을 꼽아봤습니다.
국회 결과보고서 채택 31%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의 정책 수행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국감을 통해 매년 국회 상임위원회는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감사활동을 진행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결과보고서를 채택해 시정 조치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특정 기간에만 국감이 열리다 보니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국감이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형식적인 절차로 끝나고 있다는 겁니다.
-시정조치 반영 건수도 급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사한 윤석열 정부 이후 결과보고서 채택률과 정부의 시정처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감 이후 국회의 결과보고서 채택률은 16개 상임위 중 5개 상임위만 채택해 31.3% 수준이었습니다. 정부 기관들의 시정처리 결과보고서 제출률도 조사 대상 30개 기관 중 12개 기관으로 40.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22년 국감의 결과보고서 채택률과 시정결과 제출이 각각 68.8%, 63.3%였던 점을 감안해도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입니다. 국회에서 결과보고서가 채택돼야 피감기관들이 국감에서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시정조치를 이행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정부의 시정조치 반영 건수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30개 국가기관에서 2022년 시정처리 건수는 2643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333건으로 49.6%나 감소했습니다.
"과거 점검에 그쳐선 안돼"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지난 두 차례 국감에서 모두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교육위원회 4곳입니다. 검찰 개혁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교육 문제 등의 주요 현안들이 여야 간 정쟁으로 번지면서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것입니다.
-"사회적 갈등 해결 모색해야" :경실련 관계자는 “올해 국정감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이자 제22대 국회 첫 번째 국감”이라며 “부자감세 정책과 부동산 문제 등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의대 정원 증원으로 발생한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방안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책 국감이 되기 위해선 정부의 과거 행적을 점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정 운영의 방향을 진단하고 세부 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올해 국감 현안으로 △대통령실의 민생토론회 개최 △산업통상자원부의 RE100 등 글로벌 기준 대응을 위한 국가지원 △기획재정부의 재벌 대기업 감세 정책 △농림축산식품부의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대책 △국토교통부의 8.8 부동산 대책 재검토 △보건복지부의 의료개혁과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한 연금개혁 등을 꼽았습니다.
다뤄야 할 ‘정책 현안’ 산적
올해 국감 현안들은 정치 외에도 경제·사회·환경 등의 분야에 산적해 있습니다. 이들 분야에서 주요 쟁점을 살펴보면, 먼저 경제 분야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상속세와 증여세 감세, 해외 자회사에 대한 배당금 법인세 비과세, 가업상속공제 한도 확대와 같은 부자감세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세수 급감에도 부자감세?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비과세를 추진했습니다. 경실련은 이로 인해 해외 자회사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주요 재벌기업들의 배당금 수익이 증가했다고 지적합니다. 세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도 100여개에 불과한 대기업 대상의 감세 조치라는 평가입니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특례세율로 구색을 맞추었을 뿐, ‘기업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워 대기업 감세에 비판적인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8.8 부동산 대책 재검토 :부동산 분야 쟁점으로는 정부가 내놓은 8.8 부동산 대책이 꼽힙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집값 안정이 아닌 부양책만을 담은 8.8 대책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에서 볼 수 있듯이 불안정한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신고제 시행 등의 구체적인 대안 마련도 시급합니다. 전월세 신고제는 임대차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투명한 거래 관행을 확립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는 제도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계도기간이 연장되면서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올해도 국토부는 전월세 신고제 계도기간을 1년 추가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더구나 과태료 부과금까지 대폭 낮추겠다는 방침이어서 전월세 신고제 효과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마저 나옵니다.
-의정 갈등 해소 :의대 증원 정책으로 초래된 의정 갈등 문제는 단순히 정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하루속히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급한 현안입니다. 필수·지역의료 인력 확충을 통해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방안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국립대를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공공병원과 지방의료원 신설 등 핵심 논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연금 개혁안이 재정 안정성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다양한 재정 확보 방안과 함께 보장성 강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