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낮습니다. 오늘(11일)부터 내일까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가 진행되지만, 여전히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 모르는 유권자들이 많습니다. 교육감 선거는 직선제로 바뀐 이후 유권자들의 무관심에 따른 '깜깜이 선거'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교육감 선거를 개선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대안들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토마토Pick이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현황과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 개선 방안 등을 살펴봤습니다.
보궐선거 왜 치러지나
이번 보궐선거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임기 중 직을 상실한 데에 따른 것입니다. 조 전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를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대법원은 지난 8월 그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교육감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곧바로 직을 상실합니다. 조 전 교육감은 교육감 최초로 3선에 성공했지만, 임기를 2년가량 남기고 물러나게 됐습니다.
-"계승론 vs 심판론" 대결 :이번 선거에서 조 전 교육감을 지지했던 진보 진영은 계승론을 펼치고 있으며, 보수진영은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진보 세력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진보 진영은 조 전 교육감이 그간 좋은 정책을 펼쳤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보수진영은 임기 10년간 이어진 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각 진영이 단일 후보를 만들었고,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진보진영에선 서울대 명예교수인 정근식 후보가 나서고, 보수진영은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으로 단일화했습니다.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윤호상 후보와 최보선 후보도 출마했습니다.
'역사 짧은' 직선제의 명암
무관심 극복이 가장 큰 과제
교육감 직선제는 역사가 짧습니다. 해방 이후 잠시 시행된 적이 있으나,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간선제로 바뀌었는데요. 학교운영위원이 교육자치선거를 통해 교육감을 선출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다 2007년부터 부산시를 시작으로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돼 전국으로 확대됐습니다. 교육감 직선제로 바뀐 배경에는 지방자치권의 강화가 있습니다. 지역별로 주민이 요구하는 교육이 다른 만큼, 당시엔 직선제에 대한 기대도 높았습니다.
-시행 이후 평가는 엇갈려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직선제에 따른 부작용이나 단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정부와 불협화음을 주된 문제로 꼽습니다. 교육행정을 주관하는 정부와 지역의 교육감이 서로 다른 진영이면 문제가 된다는 겁니다. 교육행정의 경우 이런 불안정함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입니다. 반면 직선제를 옹호하는 쪽은 오히려 교육행정이 안정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주민의 요구가 일관적이라면 정부와 의견이 달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건데요. 정부가 바뀌더라도 지역 교육감을 일관적으로 뽑아 교육행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교육=대입' 풍토, 무관심 초래 :교육감직선제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건 역시나 시민들의 무관심입니다. 아마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교육감이 누군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핵심 쟁점은커녕 후보자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습니다. 서울시교육감이 한해 예산 12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다루는 중요한 직책인데도 말입니다.
그 이유로는 여전히 비대한 중앙정부의 권한이 꼽힙니다. 교육부의 권한이 지방교육청에 비해 막강합니다. 더구나 교육에 대한 대중의 관심사는 대부분 대입정책에 쏠려있습니다. 대입을 결정하는 건 교육부이고, 핵심 교육정책도 대통령 공약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러니 유권자들은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아이를 교육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고, 교육감 선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죠.
'교육감 선거 붐업' 대안 있나?
선거는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좋습니다. 흥행해야 투표율이 오르고 대표성을 가진 후보가 선출됩니다. 대중이 많이 지켜볼수록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해지고, 좋은 대표자가 탄생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대안이 꾸준히 논의되지만, 각 대안마다 찬반 양론이 존재합니다.
-후보자 정당 표기 :현재 정당 표기가 없는 교육감 선거가 흥행을 막는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실제 선거에서는 후보자를 보고 투표하기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도 많습니다. 정당 표기가 유권자들을 좀 더 많이 투표장으로 향하게 할 거라는 것이죠. 또 선거에는 수십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정당이 나서면 선거비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유능한 후보를 발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교육 분야의 정치적 중립을 중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게 걸림돌입니다.
-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 :시도지사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루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관련 법안도 발의됐는데요.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해 함께 선거 캠프를 꾸리는 법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다양한 직업이나 분야에서 교육감 후보자가 나오도록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담았습니다. 이 방안은 시도지사와 교육감 동시 당선으로 행정적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교육감이 지자체장과 정당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교육감 권한 확대 :교육감의 권한을 확대하면 지방에서 자유롭게 교육정책을 펼쳐 지역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의 구조조정이 매년 이뤄지고 있는데요. 대학은 교육감의 권한 밖에 있습니다. 대학과 관련된 권한도 교육감에 위임한다면 지역별 맞춤 교육을 기대할 수 있고 유권자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는 것이죠. 다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역시 자율성이 확대되면 교육행정의 통일성을 해친다는 반박도 있습니다.
-학생에게 투표권 부여 :투표권을 교육주체인 학생에게 부여하자는 주장입니다. 교육정책을 체감하는 연령층으로 선거권을 낮추자는 건데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고등학교 1학년인 만 16세 학생부터 교육감 선거에 참여시키자고 말합니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학생이 선거권을 갖는다면 교육정책에 대한 관심도 키우고, 후보자들의 공약도 좀 더 다양하고 디테일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