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급증한 스팸 문자에 국민 불편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출, 도박, 투자, 성인 메시지 등 유형도 다양한데요. 최근에는 명절 선물 배송을 가장한 택배 사칭, 지인 부고 사칭, 외국인 관광객 사칭 등 수법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스팸 문자의 심각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정부가 불법 스팸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완벽한 차단이 어려워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토마토Pick이 최근 수많은 국민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스팸 문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스팸 문자’ 올해 급증
상반기 2억건 넘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신고·탐지된 스팸 문자는 2억8041만건에 달합니다. 지난해 전체 신고·탐지 스팸 문자의 95%에 육박하는 수치인데요. 올해 국민들이 스팸문자에 얼마나 많이 시달렸는지 예측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특히 스팸 문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폭증했는데요. 2022년 3877만건이던 스팸 문자 수는 지난해 2억9550만건을 기록했습니다.
-스팸 문자 폭증 원인은? :지난해부터 폭증한 스팸 문자의 심각성은 정부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데요. 올해 6월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스팸 문자의 발송 경로가 대부분 '대량문자 발송 서비스'라는 점을 들어 '대량문자 전송자격 인증제’를 도입했습니다. 보통 대량문자는 '이용자(발신자)→문자재판매사(1178곳)→문자중계사(9곳)→망제공사(통신사)' 구조로 이뤄지는데요, 전송자격 인증제는 사실상 고객들을 상대로 대량문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재판매사가 서비스 시작 전 9개의 문자중계사로부터 인증을 받아야만 광고성 문자를 발송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른바 '떳다방'처럼 난립하고 있는 재판매사를 걸러내 스팸 문자 발송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업계의 자율 규제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심사 요건이나 제재 기준이 불충분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제도 도입을 비웃기라도 하듯 6월 한달간 스팸 문자는 4827만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합니다. 정부와 업계는 6월 이후 스팸 문자가 급증한 원인으로 인증제 시행 직전 부실한 업체들이 영업용 광고 문자를 대량으로 전송했을 가능성을 꼽고 있는데요. 해커들이 영세 업체들을 해킹해 내부 회원을 대상으로 대량의 스팸 문자를 발송했을 가능성도 언급됩니다.
-처벌도 ‘솜방망이’ :스팸 문자 발송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솜방망이 처벌도 지목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되면서 악성 스팸 전송자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데요. 스팸 방지 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자에게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과태료를 부과 받더라도 불법 스팸 문자 전송을 통해 얻는 부당한 수익이 더 커 불법 사업자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이에 국회에서는 불법 스팸을 전송한 사업자가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최대 3배에 달하는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법 개정도 추진 중입니다.
-과태료 체납도 ‘심각’ :과태료 체납 상황도 심각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불법 스팸과 관련된 과태료 체납액은 504억원으로 이 중 90% 이상이 5년 이상 장기 체납된 상태입니다. 체납의 이유로는 체납자의 재산 부족과 소재 불명 등이 꼽히고 있는데요. 방통위가 과태료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특별대책반을 운영 중이지만 징수율은 10.6%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방통위의 불법 스팸 대응체계 구축 예산은 지난해보다 줄어들기까지 했는데요. 관리·감독 부실과 솜방망이 처벌 등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국민 피해가 방치되고 있는 셈입니다.
귀찮은 스팸 문자?
위험한 ‘스미싱’ 조심!
스팸 문자는 단순히 광고나 홍보 등을 위해 발송되는 경우도 많지만, 귀찮음을 넘어 이를 경계하는 이유는 그 안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스미싱’ 때문입니다. 스미싱이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교묘하게 사람을 속여 소액 결제 피해 또는 개인·금융정보를 탈취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스팸 문자의 급증과 함께 스미싱 유포도 늘면서 피해자도 많아지는 상황입니다. 특히 스미싱의 경우에는 사회적 환경과 흐름을 발빠르게 반영하는 특성이 있는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 상반기 사이버 위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2021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백신 접종 및 재난 지원금 지원, 택배 관련 유형의 스미싱 메시지가 많았던 반면, 지난해 12월부터는 금융 정보 사칭 유형의 스미싱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환불 지연 사태를 악용해 “즉시 환불해 준다”라며 악성 앱을 내려받게 유도하는 문자, JYP·빅히트 등 기획사를 사칭한 허위 채용 문자 등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해외 문자는 대응 난감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불법 스팸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해외발 스팸 문자 발송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통위가 발표한 ‘2023 하반기 스팸 현황’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송된 스팸 문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8% 증가했습니다. 해외 발송의 경우 사업자 규제도 어렵고 국제 공조도 쉽지 않은데요. 앞으로 국내 사업자를 대상으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우회하려고 해외 서버를 쓰는 사업자가 늘어날 공산도 큽니다.
이에 방통위는 해외발 스팸 문자 대응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데요. 이르면 10월 중, 늦어도 연말까지는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방통위가 지긋지긋하게 국민을 괴롭히는 스팸 문자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대책을 낼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