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3월에 도입 예정인 '한강버스'의 이름을 공모하며 본격적인 운항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출퇴근 시간 혼잡한 지하철과 버스를 대신할 새로운 수단으로써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의 수상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의 역할로 자리매김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시는 연말까지 선박 8척을 도입한 후 시범 운항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정식 운항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이자 '한강 르네상스 시즌2'(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한강버스'의 성공 가능성 등을 토마토Pick에서 짚어봤습니다.
수륙양용 아닌 '리버버스'
서울시가 한강 위를 달리는 버스 구상을 내놓은 것은 지난 2017년입니다. 출퇴근길 극심한 혼잡으로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 골드라인 교통 대책으로 내놓은 것인데요. 당시엔 수륙양용버스로 40인승에 시속 15㎞, 배 한 척당 매입 단가가 20~30억원이라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시작도 못해봤습니다. 이번에 도입이 예고된 건 수륙양용이 아닌 리버버스입니다. 200인승에 시속 50㎞, 한 척당 20억원이라 훨씬 경제적이라고 서울시는 강조합니다. 하지만 2017년 당시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결론은 둘 다 '경제성이 낮다'는 평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관건은 이용객인데요. 리버버스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 마곡과 여의도, 동작 구간에서 리버버스를 타겠다는 이용자는 3.5~6.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승에 필요한 총통행시간이 길고, 요금도 비싸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써 활용이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밖에 선착장 건축비와 용역비 등 총 사업비가 366억원으로 평가돼 초기투입비가 많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17년 만에 사라지는 수상택시
'한강르네상스 1기'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강수상택시는 17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처음 재임했던 2006년에 한강수상택시 사업을 추진했고, 2007년부터 마곡과 여의도, 잠실을 오가는 출퇴근 노선이 생겼습니다. 서울시는 당시 하루 2만명 이용을 예상했지만, 실제론 100명 수준에 그쳤습니다. 2021년엔 10명 이하로 이용객이 떨어져 이후엔 관광용으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용객이 있던 2만5000원짜리 관광코스(서래나루~여의도, 잠실, 밤섬 등 7개 코스) 탑승객도 2019년 5017명에서 지난해 881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이처럼 한강수상택시가 시민들에게 외면받았던 것은 대중교통으로써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실제 여러 후기를 살펴보면 한강수상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육로로 이동하는 것보다 적게는 20분, 많게는 40분 정도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시는 기존 한강수상택시를 관광·유람 및 선상식당 등으로 전면개편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또 빠진 장애인 이동권
서울시는 10월부터 7개의 한강버스 선착장을 우선 운영할 예정입니다. 마곡~망원~여의도~잠원~옥수~뚝섬~잠실로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이 구간들 모두 육지 대중교통 하차지점에서 선착장까지 도보로 가려면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평균 10분에 안팎이며, 일부는 20분이 걸리는 구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거리는 장애 없는 사람의 보행 기준에 따른 것이며, 거동이 어려운 휠체어 이용자나 시각 장애인들에게 적용되는 시간은 아닙니다. 특히 한강 선착장을 가기 위한 길에는 계단이 즐비하기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접근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그나마 있는 경사로도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매뉴얼에 맞지 않은 실정이고, 현재는 안내 표지판조차 미흡한 상태입니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한강에 새롭게 도입하는 수상 대중교통수단'이라고 정의한 것을 고려하면,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매우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장애인을 위해 서울시가 어떤 보완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능력 미달 조선소' 논란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사업 계획이 발표되자 접근성,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는 선박 건조와 관련된 자격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시와 6척 건조계약을 체결한 가덕중공업은 지난해 12월 말 설립한 신생회사로 배를 만든 경험도 없고 직원도 5명뿐인 업체로 알려졌는데요. 계약 관련해 사업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한강버스 사업은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와 운영사 이크루즈가 각각 51대 49의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만들어 참여합니다. 당초 8척을 만들기로 한 회사는 은성중공업이었으나, 9월까지 촉박한 납기일을 맞출 수 없어 계획이 틀어진 것인데요. 이런 전후 사정 탓에 무리한 추진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격적 '한강 르네상스2'
규제 사각지대, 안전 우려도
오 시장은 현재 '한강 르네상스2'이자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데요. '한강버스' 외에도 한강 위 수상호텔과 수상오피스 등 각종 부유식 시설 건립을 계획 중입니다. 그러나 한강에 수상 건물을 짓게 되면 각종 법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데요. 시설물 규제가 미비한 상황에서 침수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런 우려는 최근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에 있는 서울로얄마리나의 부유식 수상 구조물이 침수돼 기울어지는 사고로 인해 더 커졌습니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입주 시설이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해당 구조물이 지난 6월 받은 안전도 검사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는 것인데요. 관리 규제에 구멍이 생긴 만큼, 대규모 시설 조성 전 안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