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으로 하늘길이 다시 열린 이후 해외여행객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여름 휴가철인 올 7~8월 국내 공항에서 국제선을 이용한 승객은 1570만명에 달하며, 지난 추석 연휴에도 인천공항은 여행객들로 붐볐습니다. 하지만 하늘길은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급성 난기류가 증가하면서 세계 곳곳의 항공사고 사례가 전해지고 있죠. 향후 난기류 발생 빈도 증가가 점쳐지는 만큼 항공사고 위험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토마토Pick이 하늘 위의 공포, 난기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난기류 만나자 아수라장
승객 281명을 태운 인천발 대한한공 여객기는 지난달 4일 몽골 울란바토르로 향하던 중 중국 톈진공항 인근 10㎞ 상공에서 강한 난기류를 만났습니다. 15초 동안 기체는 위아래로 흔들렸고 기내식과 담요는 바닥에 나뒹굴며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승객 10여명과 승무원 4명은 목과 허리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이런 난기류 피해는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이륙한 싱가포르 항공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습니다. 난기류로 기체가 4.6초간 50m 급강하한 뒤 다시 상승하면서 천장으로 치솟았던 탑승자들이 떨어졌고 이에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7월에는 난기류 사고로 스페인 국적 에어유로파 여객기에 탑승한 30여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이달에는 싱가포르에서 중국 광저우로 향하던 스쿠트 항공 여객기가 난기류를 맞닥뜨리면서 7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빈번해진 난기류 사고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국적 항공사가 보고한 난기류는 1만482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의 72% 수준에 달하며, 2019년 상반기 대비 78% 증가한 수치입니다. 최근 3년 난기류 보고 건수는 △2021년 1만135건 △2022년 1만2926건 △2023년 2만575건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난기류에 의한 항공사고 비율도 높아졌습니다. 국적사 항공사고 중 난기류 항공사고는 2019년 67%로 집계됐는데요. 해당 연도에 발생한 항공사고 3건 중 2건이 난기류에 의한 사고였습니다. 또한 2022년을 제외하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난기류 사고율은 100%에 달합니다.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1건의 항공사고도 난기류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해외로 통계 범위를 넓혀도 같은 현상입니다. 최근 3년간 전 세계 항공사고는 180건 발생했는데, 이 중 난기류 사고 비중은 61.7%(111건)입니다. 지난 10년간 난기류 사고 비중인 53%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난기류는 왜 발생하나
난기류는 공기 흐름이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낙뢰를 동반한 구름 주변에 발생하는 '대류성 난기류'와 높은 산악 지형을 지날 때 나타나는 '산악파 난기류', 제트기류 주변에 나타나는 '청천 난기류' 등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청천 난기류는 전조 증상 없이 맑은 하늘에 갑자기 발생하는 만큼 예측이 어렵습니다. 학계에서는 급성 난기류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후 온난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서 공기 흐름이 예상치 못하게 바뀌게 되고, 이런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난기류를 만난 항공기는 몇 초 사이에 급하강과 상승을 반복하게 됩니다. 문제는 난기류 발생 예측이 어려워 대처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구온난화 가속화에 따라 난기류 현상도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돼 항공기 사고 위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컵라면 제공 중단 등
사고예방 대책 줄이어
정부와 국내 항공사들은 사고 최소화를 위해 기내 안전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5일부터 승객 밀집도가 높은 일반석의 컵라면 제공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전용 비닐 지퍼백에 컵라면을 담아 제공해 온 진에어 또한 내달부터 전 노선에서 기내 라면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저비용 항공사(LCC) 중 라면 판매를 중단한 곳은 진에어가 처음입니다. LCC의 경우 컵라면 판매로 적잖은 수익을 내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난기류 발생 시 컵라면 국물로 화상을 입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항공사 설명입니다.
-"난기류 정보 공유 확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난기류 사고를 줄이기 위한 '난기류 사고예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대책은 △항공사의 난기류 정보 공유 확대 △종사자 역량 강화 △난기류 위험성 대국민 홍보 △국제기구와의 공조 등 4가지로 요약됩니다. 난기류 경향을 분석하는 위험기상공유체계를 확대하고, 조종사와 운항관리사의 기상정보 분석·회피·대응 역량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난기류 대응 가이드를 마련해 교육과 훈련 실습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비행 중 상시 좌석벨트 착용 문화를 조성하고, 국가 간 난기류 정보 공유를 활성화할 방침입니다. 또한 기내 서비스 종료 시점을 기존보다 최대 20분 앞당기도록 했습니다.
하늘길도 안전벨트가 최우선
영국 레딩대학교는 오는 2050년 청천 난기류가 현재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비행 중 난기류를 겪을 확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난기류를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사고 방지를 위한 대처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난기류 사고 예방을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좌석 안전벨트 착용입니다. 전문가들은 좌석에 앉아 있을 때 항상 안전벨트를 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길이라고 조언합니다. 수하물은 떨어지지 않도록 기내 선반 안이나 앞좌석 아래 공간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난기류를 만나 심하게 기체가 흔들릴 때는 상체를 숙이고 발목을 잡는 자세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선제적으로 난기류를 포착하고 피해 가는 것이겠죠. 국가 간 활발한 정보 공유로 난기류 항공사고와 이로 인한 부상자가 줄어들길 바랍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