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사전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왜 이렇게 빨리 시작하지?'라는 의문이 생기는데요. 미국은 땅이 넓고, 주마다 선거방식이 다르다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바다 건너로 투표용지를 보내야 한다면, 두 달 전부터 사전투표를 하는 것도 이해됩니다. 선거가 치러지는 오는 11월 5일(현지시간)은 공휴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이 역시 주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토마토Pick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는 미국 대선의 관전 포인트와 후보들의 전략을 짚어보겠습니다.
여론조사, 중요하지 않다?
한국인이 미국 대선을 단번에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방식도 복잡하고 한국과 다른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중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사람이 당선될까요? 미국도 여론조사를 꾸준히 발표합니다만, 한국과 달리 여론조사가 잘 맞지 않습니다. 단순한 여론조사가 복잡한 미국 대선의 변수를 전부 담아내지 못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승자독식의 독특한 선거방식 :미국 대선에선 주마다 선거인단을 뽑고, 선거인단이 많은 후보가 승리합니다. 선거인단은 주마다 인원수가 다른데요. 인구가 많은 주의 선거인단도 당연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선거인단이 많은 지역이 후보들의 공략 대상이 되진 않습니다. 승자독식의 선거방식 때문입니다. 1등 한 후보가 모든 선거인단을 갖습니다. 이 때문에 각 후보들도 우위가 확실한 지역은 선거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캐스팅보터가 되는 경합주를 찾아 집중합니다.
-득표수 많아도 낙선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높은 지지율은 실제 높은 득표수로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더 많은 득표를 하고도 낙선한 사례도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득표수에서 앞서고도 승자독식 제도 탓에 패배의 쓴 맛을 봤습니다. 이런 사례 때문에 방빅의 상황에선 여론조사가 크게 신뢰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각 후보들이 이른바 '7대 경합주'(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네바다, 애리조나,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최근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접전으로 나오고 있어, 선거는 더 예측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상대의 비호감 부각에 집중
어제(10일, 현지시각) 두 후보의 첫 TV토론이 있었죠. 첫 토론이 늦어진 건 출마가 예정됐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포기 탓이 큽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이 열리기도 했으니까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 대선에서 후보가 갖는 '비호감'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겁니다. 선거 초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싫음'이 반영돼 있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꾸준히 비난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었고요.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의 나이와 함께 자주 이상한 모습을 보여 '치매설'이 돌기도 했는데요. 이런 문제가 결정적으로 TV토론에서 드러난 것이죠.
이런 사정으로 민주당 후보가 교체된 뒤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해리스 등장 이후로는 트럼프의 '비호감'이 더 부각됐고, 이를 두고 '반(反)트럼프' 세력이 결집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젠 본인이 사용한 전략에 당하는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특히 해리스 부통령 진영에서 트럼프 캠프를 향해 '이상한(weird) 사람들'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트럼프를 설명하는 이 독특한 단어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어려운 정치용어 대신 간결한 표현으로 핵심을 찌른 것이죠. 그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이 싫었던 사람들'을 조금씩 되찾아오고 있습니다.
과거 대선 전략은 어땠을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맞붙었던 직전 선거도 비슷한 양상이었스빈다. 당시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나오면서 한때 트럼프 측근이었던 인물들이 폭로전을 이어갔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사이익을 얻었습니다. 그에 앞서 당선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상대에게 프레임을 씌워 반대세력의 표를 얻는 전략을 썼습니다. 당시 상대 후보였던 클린턴 전 장관을 워싱턴DC의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은 정치신인의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전략만큼 후보자의 화법도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달변가가 많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치 있는 화법으로 유명했지만 연설에서는 감성적인 언어를 구사해 많은 어록을 남겼습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감할 수 있되 분노를 일으키는 화법을 구사했습니다. 직설적이고 쉬운 단어로 표현하는 게 강점입니다. 그는 이민자에 대한 공분을 일으켜 백인사회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대선 변수로 떠오른 투표율
지난 미국 대선 이후 '바이든은 어떻게 당선했는가?'에 대한 분석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신 '트럼프는 어떻게 낙선했는가?'에 대한 분석이 많았는데요. 재선에 도전한 대통령이 낙선한 사례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낙선 원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제시됐는데, 그중 주목할 만한 게 바로 '사전투표 투표율'입니다. 당시 대선에서 트럼프는 '사전투표 조작이 가능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지지자에게 '사전투표를 하지 말라'라는 신호를 줬고, 실제 민주당보다 사전투표율이 낮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투표일이 공휴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요. 결국 투표를 못 한 트럼프 지지자가 있었을 겁니다. 당시 발언이 문제였다는 걸 트럼프도 인지한 모양입니다. 그는 최근 유세에서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투표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미국 대선은 66.92% 투표율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적고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민자가 많은 미국 사정을 고려하면 꽤 높은 수치입니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으면 이민자를 지지층으로 가진 민주당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이번 미국 대선이 과연 투표율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