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시선이 국회로 쏠리고 있습니다. 플랫폼 관련법에 대한 여야 간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인데요. 현재 플랫폼법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여야 모두 ‘소상공인·소비자 보호’를 입법 과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업계는 여전히 일률적 규제로 인한 산업 성장 저해와 역차별 등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인데요. 토마토Pick이 가시권에 들어온 플랫폼법 제정과 관련한 내용을 짚어봤습니다.
플랫폼법과 온플법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제화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갑을 관계를 중점적으로 규율하는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과 독과점 남용 및 경쟁제한 행위 규율을 핵심으로 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등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갑을관계는 자율규제에 맡기고 독과점 등 경쟁제한 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다시 '몸 푸는' 공정위 :이러한 기조 속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들의 반칙 행위를 막고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플랫폼법 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 우대, 멀티 호밍(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4대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플랫폼 시장은 1위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사실상 고사 당하는 흐름이 이어져 왔는데요. 현행 공정거래법을 통한 제재만으로는 플랫폼 시장을 충분히 규율할 수 없고, 제재 절차까지 이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그동안 플랫폼 업계의 반발에 주춤했던 공정위가 '티메프' 사태 등을 계기로 다시금 제정 논의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당, 더 강력한 법안 발의 :22대 국회 개원 이후 야당은 총 8건의 온라인 플랫폼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야당이 발의한 온플법은 공정위의 플랫폼법보다 수위가 높은데요. 당초 취지였던 갑을관계 규율에 더해 플랫폼법에 담긴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과 4대 반칙 행위 금지 등의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 특히 '티메프' 사태 이후 발의된 법안에는 정산 주기를 법제화하거나 중개 수수료의 상한을 정하는 등 강력한 규제 내용도 담겼습니다. 여당은 플랫폼 관련 법안을 발의한 적은 없지만, 당정이 최근 '티메프' 사태 방지를 위한 별도의 온플법 마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온플법 제정에 부정적이었던 여당이 입장을 선회한 것입니다. 관련법이 제정되면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구글, 애플 등이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플랫폼 규제…해외 사례는?
정부의 플랫폼법과 야당의 온플법 제정 움직임은 전세계적인 플랫폼 기업 규제 흐름에 발맞춘 것입니다. 플랫폼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지난해 5월부터 디지털 시장법(DMA)을 시행하고 강력한 규제책을 이어왔는데요. 우리나라 플랫폼 관련법의 주요 내용인 지배적 기업의 사전 지정 등의 항목은 DMA를 본 떠 만든 것입니다.
-EU, 미 빅테크 기업 정조준 :특히 EU DMA의 경우는 이렇다 할 자국 대표 플랫폼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의 침공을 막겠다는 취지가 강합니다. 지배적 사업자인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기업에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메타, 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의 우선 노출 금지 등의 규제를 받습니다. 특히 EU의 칼날은 미국의 빅테크를 정조준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EU 집행위는 지난 6월과 7월 애플과 MS, 그리고 메타 등에 DMA를 위반했다는 예비 결론을 내린 상태입니다. 예비 결론이 확정되면 이들 기업에는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미, 자국 기업 보호도 병행 :미국도 최근 구글을 상대로 한 '검색시장에서의 반독점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하는 등 독과점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은 애플, 아마존, 메타 등과도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다만, 미국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등을 고려해 플랫폼 산업 발전 형태의 자국 기업 보호 기반의 정책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틱톡 금지법’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가오는 플랫폼법
업계는 불안감 커져
강력 규제 일변도인 국내 플랫폼법 제정이 가시화되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데요. 업계는 이미 공정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유통업법 등의 규제가 있음에도 중복 규제로 피해가 더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인데요. 더욱이 국내에서 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재가 온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만 옥죄는 상황으로 번질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전 규제 형태의 일률적 규율은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가능성도 지적됩니다.
-"플랫폼 시장은 사후 규제가 적절" :최근 고려대 기술법진행센터가 주최한 ‘디지털 플랫폼 규제의 이슈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공정거래행위는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라며 “정작 OS(운영체제), 앱마켓 등 시급한 문제는 제대로 규율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 학회가 주최한 ‘플랫폼 규제 공정성 그리고 디지털 신보호주의 쟁점 및 진단’ 세미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는데요. 문상일 인천대 법학과 교수는 “환경 문제 등 공익적 필요성이 높은 영역에 대해서는 사전 규제가 원칙이지만 플랫폼 등 경제 질서에 대해서는 사후 규제가 더 적절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은 결국 국회로 넘어가 있습니다. 독과점으로 비롯된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쟁을 위한 자국 산업 발전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업계와 긴밀한 소통, 사회적 합의를 통한 충분한 숙의 과정 등을 통해 국회가 합리적 결론을 내리길 기대해 봅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