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다른해에 비해 유난히 '역대급' 날씨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바로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 폭염때문인데요. 입추를 지나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지만, 무더위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서울은 기상 관측 이래 최장 기간 열대야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사람은 물론 가축까지 더위에 지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토마토pick이 과거 폭염 기록을 살펴보고 올해 폭염의 피해 상황과 원인 등을 짚어봤습니다.
올해 뿐만 아니다?
국내 역대 폭염 기록
심각한 더위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과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살펴보면 ‘심한 더위로 인해 죄질이 가벼운 죄수들을 풀어주었다’는 기록이라든지, ‘더위가 쇠라도 녹일 것 같다’는 표현 등 더위와 관련한 내용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근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에는 치화된 구체적인 더위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통상 30도 이상의 불볕더위가 계속 되는 현상을 폭염이라고 하는데요. 여러분들이 기억하는 가장 더웠던 해는 언제인가요?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기억할 만한 서울의 연도별 평균기온을 살펴보겠습니다.
-2018년 :올해 만큼이나 더웠던 해였습니다. 날씨 예보에서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2018년 8월의 서울 평균기온은 28.8도로 근대적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같은달 1일 서울의 최고기온이 39.6도까지 치솟아 한국전쟁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남아있습니다. 2018년에 역대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한 곳도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 홍천인데요. 강원도 홍천은 41.0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전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8월 기온으로만 보면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해였습니다.
-1994년 :2018년 8월이 역대 최악의 폭염이었다면 7월의 역대 최악의 폭염은 단연 1994년이었습니다. 그해 7월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고조된 위기감과 역대급 더위가 뒤섞이면서 많은 분들의 기억에 존재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1994년 7월 서울의 평균기온은 28.5도로 기록됐는데요. 1910년 근대적 관측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7월의 폭염 일수도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길었는데요. 서울의 7월 폭염 일수는 17.7일로 1973년 이후 가장 긴 폭염 일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때는 지금 보다 냉방 시스템이 비교적 널리 보급되지 않은 시기여서 체감 더위는 지금보다 더 심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2016년 :2016년도 만만치 않은 여름을 맞이했던 해입니다. 이해의 8월 서울의 평균 기온은 28.0도로 2018년에 이어 두번째로 더운 달로 기록됐습니다. 웃지 못할 뉴스들이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날이 너무 덥다보니 모기가 알을 낳을 물 웅덩이들이 모두 매말라 모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던 해였습니다. 기록적 폭염으로 상온에 올려뒀던 달걀이 부화하는 사건이 언론에 조명되기도 했고, 폭염으로 인해 농축산품이 원활히 수급되지 못해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역대 최장 기간의 열대야
아직 여름이 물러가지는 않았지만 2024년인 올해 역시 역대 최악의 무더위로 불릴 것으로 예상 됩니다.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전국적으로 연일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서울은 8월22일 기준으로 31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고,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도 17.8일로 역대 최장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과거에도 올해처럼 열대야가 지속됐던 해가 또 있었는데요. 바로 2018년입니다. 2018년에는 서울 기준으로 26일 동안 열대야 지속 돼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그 뒤로 24일, 21일 동안 열대야가 한번 더 지속됐는데, 이 역시 각각 역대 3위와 4위의 수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숙면을 취하는 시간에도 이어지는 무더위는 숙면을 방해하고 생체리듬을 무너뜨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적절한 냉방기 활용을 통해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고,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슬기롭게 열대야를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사람도, 짐승도 지치는 폭염
그 피해 규모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우리 주위에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2명이 추가 발생해 누적 98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더위로 발생하는 온열질환자 수는 이미 30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이는 2018년 기록한 4526명에 뒤를 잇는 수준입니다. 폭염속에 고통받는 건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가축피해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올 여름 폐사한 가축은 돼지 6만마리, 가금류 94만3000마리 등 벌써 총 100만마리를 넘어섰습니다. 가축 폐사가 축산업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전부는 아닙니다. 무더위가 심해지면 가축들도 먹이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축들의 살이 찌지 않으니 축산업을 하는 분들의 한숨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겠지요.
'인명피해 최소화'
정부는 총력대응
정부도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대응을 해왔습니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각 자치단체에서 가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을 모두 동원해 총력 대응해달라. 정부는 전국적으로 폭염이 확대되면서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해 폭염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는 전국에 무더위쉼터 5만7000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공사장 등 폭염 취약 사업장에는 작업중단을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폭염 취약 지역에 특별 현장 점검을 시행하는 등 인명피해 예방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다만 인명과 건강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개인의 컨디션 관리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층은 되도록 폭염에 외출을 삼가는 게 중요합니다. 현기증이나, 메스꺼움, 두통 등은 온열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즉시 휴식을 취하거나 의료기관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매해 등장하는 '역대급'
앞으로의 폭염은?
매해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날씨 앞에 붙어다닐 정도로 여름 불볕 더위가 낯설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상청 기록들만 들여다봐도 최근 들어 폭염일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폭염 일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지구 전체적인 기후변화가 여름철 평균기온 상승과 폭염 일수 빈도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구온난화, 엘니뇨 현상, 열섬 현상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더 무서운 무더위가 찾아올 거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장 어떤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분간 올해 같은 무더위가 계속될 거라는 각오를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올 여름 무더위 역시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각자 건강관리에 관심을 갖고 남은 여름을 안전하게 보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