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7말8초는 대통령들의 휴가철입니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야 대통령 참모들도 장관들도, 그리고 그 아래 참모들도 눈치(?)보지 않고 휴가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들의 휴가는 온전히 휴양을 위한 게 아닌 경우가 많은데요. 역대 대통령들은 어디로 떠났을까요? 그리고 떠나서 무엇을 했을까요? 토마토Pick이 역대 대통령들의 휴양지와 휴가 목적 등을 알아봤습니다.
대통령 휴가의 상징
‘대통령의 섬’ 저도
윤 대통령은 지난해 휴가 일정 중 일부를 경남 저도에서 보냈습니다. 저도는 이른바 ‘대통령의 섬’이었는데요. 대통령 별장과 군사시설이 있어 역대 대통령 상당수가 여름철 휴가를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이곳과 특히 인연이 깊은 이가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인데요. 대통령이 된 첫해인 2013년 이곳에서 휴가를 보냈고, 당시 박 대통령이 해안가 모래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쓴 사진이 유명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어린 시절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휴가 때 저도에 머물곤 했던 기억을 소환한 것이지요. 전두환·노태우·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 등도 휴가철에 저도를 방문한 바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 지정을 해제하고 저도를 거제시에 환원했는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 때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됐다가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저도를 다시 개방했습니다. 다만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와 군사시설 등은 제외돼 반쪽 개방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쉬는 게 쉬는 것 아니야
대통령 휴가의 목적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부터 휴가에 돌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 경남 통영중앙시장을 방문했는데요. 오징어나 아귀채 등 해산물을 직접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또 좌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수행원에게 “넉넉히 사드리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즉 윤 대통령의 휴가 컨셉 중 일부는 민생 살피기에 맞춰진 셈입니다. 대통령들은 휴가 때도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것이죠.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휴가 때 울산을 방문했습니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휴가 때 관저를 벗어난 것인데요. 박 전 대통령은 울산 태화강 십리 대숲과 인근 재래시장을 들러 시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첫 휴가 때 평창을 방문했습니다. 반년 남짓 후 열리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오대산 등산길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시민들과 산행 중 담화를 나누는 등 소통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 시국에 어딜?’
휴가 못 간 대통령
물론 역대 대통령들은 떠날 때마다 적잖은 비판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평화로운 정국이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늘 ‘이 시국에 어딜?’이라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휴가 첫날 '대폭락장'이 펼쳐진 것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정말 시급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휴가를 포기하게 됩니다. 휴가를 못 가고 관저에 머무르거나, 정말 일만 한 케이스도 적지 않습니다.
-김대중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8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이유로 여름휴가를 건너 뛰었습니다. 또 두 아들의 검찰조사와 수해 등의 악재가 연이어 터져 휴가를 포기한 해도 있습니다.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중 세번이나 여름휴가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휴가를 아예 취소했습니다. 2004년은 탄핵, 2006년은 태풍과 김병준 장관의 논문 표절 논란이 문제였습니다. 이에 별도 휴가 일정을 잡지 않고 관저에서 ‘집콕’ 해야만 했습니다.
-박근혜 :박 전 대통령도 2014년 여름휴가를 관저에서 조용히 보냈습니다. 당시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남아있는 시기였습니다. 별도 휴가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음에도 ‘이 쉬국에 쉬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문재인 :문 전 대통령도 휴가와 인연이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이었습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2020년 수해,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시급한 국정현안으로 계속해서 휴가를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휴가를 가도 문제
‘쉬지도 못하고 일만’
윤 대통령의 휴가기간임에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산적한 국정 현안들을 두고 휴가를 갔기 때문인데요. 현재 윤 대통령은 휴가 일정 중 방송4법이나 노란봉투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수시로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아야 하며, 특별한 경우 어떤 결정이나 결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숱하게 있습니다.
-노무현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8월 휴가를 다녀왔는데요. 휴가 중 남북경협의 중심에 있던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사망,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몰래카메라’ 논란 사건 등에 휘말려 휴가지에서도 정무를 봐야만 했습니다. 2005년에는 한나라당에 제안했던 대연정이 ‘민생에나 신경 쓰라’는 말과 함께 거절당해 정치적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이 전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2008년 7월,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 귀속 국가의 명칭을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지정한 게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독도 영유권 문제는 한일관계의 가장 중요한 키인데요.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상당히 크게 분노했다고 합니다. 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서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 재개’, ‘금강산 사건 해결’ 등의 조항이 삭제된 것도 논란이었습니다.
-문재인 :앞서 문 전 대통령이 휴가와 인연이 없다고 했는데요. 사실 2017년 휴가 때 문 전 대통령은 야권의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 휴가 직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했음에도 휴가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인데요.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휴가 중 진해 해군기지를 방문해 해군사관학교의 생도들을 격려했습니다.
휴가 간 윤 대통령
정국 변화 있을까
가장 주목되는 것은 결국 윤 대통령이 돌아온 후일 것입니다. 사실 역대 대통령이 휴가를 떠날 때면 꼭 나오는 기사가 있는데요. ‘휴가 중 향후 정국에 대해 구상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기사들입니다. 실제로 많은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지에서 정국을 구상했고, 복귀 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휴가 복귀 뒤 적지 않은 현안과 숙제가 쌓여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앙금도 여전히 남은 상태고, 무엇보다 의-정 갈들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등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김영삼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 청남대 휴가를 다녀온 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명령’을 전격 발동했습니다.
-이명박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8월 휴가를 다녀온 후 신임 국무총리에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내정하는 등 장관급 9명을 교체하는 대대적 개각을 단행했습니다.
-박근혜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8월 휴가에서 복귀한 후 5명의 참모진을 교체했습니다. 이때 임명된 게 바로 김기춘 비서실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