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습니다. 주변국들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포로 교환은커녕 오히려 확전 양상인데요. 이란과 레바논 등으로 화마가 번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예견이 나오기까지 하는데요. 가자지구와 중동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토마토Pick이 가자전쟁 확전 양상을 진단했습니다.
쏙 들어간 정전 협상
가자지구 공격한 이스라엘
사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은 정전 및 휴전 협상 논의를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미국과 카타르 등 주변국들이 수 차례 중재를 모색했는데요. 특히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는 종전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선 바 있습니다. 미국이 지난 5월 처음 제안한 게 ’3단계 휴전안‘입니다. 이 휴전안은 △6주간 휴전에 돌입해 인질 및 수감자 맞교환(1단계) △휴전의 영구화 및 이스라엘군 철수(2단계) △가자지구 재건(3단계)의 구조로 나뉘는데요.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질이 모두 석방되고 하마스가 궤멸할 때까지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도 계속했는데요. 피란민들이 모인 난민촌과 유엔 학교 등도 공격 범위에서 제외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휴전 이야기는 그야말로 쏙 들어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확실하게 휴전 협상에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하마스 수장 하니예
이란서 암살당해
이런 가운데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사망했습니다. 하니예는 수십 년간 하마스에서 1인자로 군림한 인물인데요. 무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으로는 외부 공습설과 폭탄설 두 개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하니예가 자주 이용하던 숙소임을 알고 이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로 여겨지는데요. 당연히 이스라엘이 암살의 배후로 지목됐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건 직후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하니예 암살 작전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외부 공습설 :이란은 3일(현지시각) “이번 테러는 (하니예의) 거처 외부에서 탄두 약 7kg를 실은 단거리 발사체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은 지난 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날 밤 중동지역에서의 미사일이나 이스라엘 드론에 의한 다른 공습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폭탄설 :하니예가 머무른 숙소에 수개월 전부터 폭탄을 설치해뒀다는 주장입니다. 영국 텔레그래프,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의해 제기됐으며, 이는 하니예가 오래전부터 해당 숙소를 자주 이용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이스라엘과 중동 언론은 이란이 외부 공습설을 제기한 이유와 관련해 자신들이 정보전과 경호에서 모두 참패했다고 평가받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피의 보복’ 다짐
격랑 빠진 중동 정세
이번 암살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휴전은 물 건너간 셈이 됐습니다. 오히려 보복 등 수위 높은 발언들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시 이란인데요. 그간 이란은 직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란의 참전이 사실상 확전으로 이어져 5차 중동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하니예 사망이 바로 이란에서 발생한 탓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특히 하니예의 이번 이란 방문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을 위한 것이었는데요. 취임식 후 살해당하면서 이란으로서도 방관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이미 이란은 ‘피의 보복’을 예고한 상태로,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가자전쟁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조만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란뿐만이 아니다
후티·헤즈볼라 촉각
문제는 이란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이전부터 다른 세력들과도 교전을 벌였는데요. 이란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이 바로 그들입니다. ‘저항의 축’은 홍해 등 바다에서 활동하는 예멘 반군 후티, 레바논 남부에서 수시로 이스라엘과 충돌하고 있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대표적입니다.
-후티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의 예멘 반군 후티는 이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홍해 부근에서 선박들을 공격하며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이미 선전포고를 한 상황인데요. 최근에는 유럽연합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를 타격하기도 했습니다.
-헤즈볼라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는 헤즈볼라는 이전부터 이스라엘과 대립해 왔습니다. 특히 가자전쟁이 발발한 후 서로에게 공습을 감행하며 교전을 벌였는데요. 최근 헤즈볼라가 골란고원 축구장을 폭격해 이스라엘 어린이들이 사망했고, 이스라엘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하며 맞불을 놔 전면전 양상이 짙어지는 추세입니다. 이번 하니예 암살 이후 헤즈볼라는 직접 복수를 천명했으며, 실제로 지난 3일 접경지에 수십 발의 로켓을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전운 드리우는 중동
중동전쟁으로 번질까
이란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대척점에 선 중동의 세력들은 이미 복수를 예고했습니다. 이란이 공격할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12~13일 중 이란의 공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기간은 유대교의 명절 ‘티샤 베아브’가 있는 주간인데요. 가자전쟁 자체도 유대교 명절인 초막절(수코트)이 끝난 직후의 안식절을 노려 시작된 전쟁이었던 만큼 이번 명절에도 보복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그보다 더 빨리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르면 5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으로 봤습니다. 전쟁에 대비한 각국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레바논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떠날 것을 권고했으며, 스웨덴은 베이루트 주재 대사관을 일시 폐쇄했습니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지난 4일 레바논 등 중동 체류 국민에 조속한 출국을 권고했습니다. 대사관 폐쇄와 외국인의 이탈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에서도 나타난 현상인데요. 사실상 중동 전체가 포화 속으로 빨려든다는 예고편인 셈입니다.
미국도 군 추가 배치
사라진 휴전 가능성
이스라엘도 이에 대응해 경계태세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미 주민들에게 주택 내 안전한 대피공간에 물과 음식을 준비하라고 당부했으며, 구급대원들도 전면전을 가정한 비상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중동에 해군과 공군 전력 증파를 결정했습니다. 복수의 해군 순양함과 구축함을 중동과 유럽에 배치하기로 했으며, 특히 중동에 1개 비행대대 규모의 전투기 추가 파견, 1개 항공모함 타격 전단을 유지하기 위한 핵추진 항모 에이브러햄링컨호 타격 전단 출격도 명령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물러서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러길 바라는데,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3일 이스라엘, 카타르, 이집트, 미국이 벌인 휴전 협상도 진전 없이 끝났습니다. 중동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결국 휴전 논의는 일말의 가능성마저 사라진 셈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