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 결과에 분노한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이미 700명 이상을 구금했다고 밝혔으며 시위로 인해 사망자까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3선 연임은 이처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왜 마두로 대통령에게 분노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어떨까요? 토마토Pick이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를 진단했습니다.
3선 확정한 마두로
출구조사와 너무 달라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0시 10분께에 개표를 80% 진행한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51.2%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선관위에 따르면 대선 투표율은 59%, 등록 유권자 수는 2139만2464만명이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선거제도는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보안·투명성을 지녔다”고 호평했는데요.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 국내외에서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선관위가 집계표를 공개하지 않았고, 앞서 발표된 출구조사도 실제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인데요.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에디슨리서치를 인용해 베네수엘라 대선 출구조사에서 야권 대선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65%, 마두로 대통령은 31%의 득표율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야권에서도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야당이 압승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디슨리서치(미 여론조사기관) :마두로 31% / 곤살레스 65%
-메가날리시스(현지 기업) :마두로 14% 이하 / 곤살레스 65%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야권 지도자) :“우리가 파악한 결과 우리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는 약 620만표를 확보해, 270만표에 그친 마두로에 압승했다.”
-실제 결과 :마두로 51.2% / 곤살레스 44.2%
‘투표소에 웬 사진이…’
‘부정선거’ 의혹 제기
의아한 점은 출구조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도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사례들이 속속들이 제보됐는데요. BBC 스페인어판에 따르면 투표를 포기하게 하기 위해 신분 확인으로 시간만 끌거나, 투표소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는 사례가 알려졌습니다. 또 국제 참관단의 투표소 방문이 임박하자 갑자기 150명 가량의 인원을 한꺼번에 투표소로 입장하게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고 합니다. 아울러 일부 투표소는 아예 마두로 대통령의 사진이 붙어있었습니다. 야권에서는 개표 기기에서 집계 결과지를 출력하지 않은 채 수기 또는 구두로 득표수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외에도 차량을 동원한 여권 유권자 실어 나르기, 무료 먹거리 제공, 투표 방법을 가르쳐준다며 대리 기표를 하는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거리 나온 유권자들
차베스 동상 무너뜨렸다
독재 행보를 보인 마두로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최종적으로 3선이 확정되자, 유권자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곧장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한 각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렸는데요. 도심에서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등 시위 방식도 거칩니다. 마두로의 정치적 스승 격인 우고 차베스의 동상도 진작에 고꾸라졌고요. 정부의 대응도 강경한데요. 군경이 나서서 최루탄과 물대포로 맞섰으며 검찰은 이미 700명 이상을 구금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11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는 등 시위는 계속해서 격화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군은 이번 시위가 ‘제국주의 미국과 그 동맹국의 지원을 받는 미디어 쿠데타’라며 “군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우리의 최고 통수권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무조건적인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의 독재 행보
유권자들 분노한 이유
베네수엘라 대선은 선거 이전부터 논란이 계속돼 부정선거가 우려됐습니다. 이미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대한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황이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러한 거친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8년 대선 때도 멋대로 선거 일정을 당기거나 야권 지도자들을 가택연금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의 독재 행보를 보인 바 있는데요. 이로 인해 후안 과이도의 과도정부 수립 선포라는 정치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베네수엘라 인구의 30% 수준인 770만여명이 고국을 탈출했습니다. 사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때부터 각종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파탄났는데, 후임인 마두로 대통령 때도 경제는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그의 재임기간 물가상승률이 최고 6만5000%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선거 정황이 두드러졌고, 그의 3선이 확정된 것입니다.
국제사회 ‘이건 좀...’
마두로 강경대응
이번 베네수엘라 선거에 대해 주변국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력은 물론 남미 국가들까지도 선을 긋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선거당국이 투표소 단위로 완전하고 투명하며 상세한 투표 데이터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베네수엘라와 함께 좌파 진영을 구성하던 중남미 국가들도 거리를 뒀는데요. 특히 우루과이는 아예 마두로 대통령을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까지 선언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도 가만 있지 않았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대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중남미 국가 중 7국(아르헨티나·칠레·코스타리카·페루·파나마·도미니카공화국·우루과이) 외교관들을 베네수엘라 내정에 간섭했다는 이유로 철수시켰습니다.
중국, 러시아…
반미 국가들 ‘축하’
반면 러시아와 중국, 이란, 쿠바 등은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습니다. 대선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그는 “러시아·베네수엘라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성격을 갖고 있다. 국가 원수로서의 당신(마두로 대통령)의 활동이 모든 방향에서 (관계의) 진보적 발전에 계속해서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중국 외무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의 3선 확정을 축하하며 “중국과 베네수엘라는 서로를 지지하는 좋은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강조했습니다. 유럽 등 서방의 우려와 러시아 등의 축하 양상은 지난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 때와 판박이입니다. 사실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 꾸준히 공을 들인 협력국인데요. 베네수엘라도 브릭스(BRICS) 가입을 타진하는 등 중·러와 밀착하는 양상입니다. 사실 양국에 있어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뒷마당’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미국을 견제하기에 용이합니다. 결국 양국의 베네수엘라 지지는 진실과 민의를 중요시한 게 아니라,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선택에 불과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