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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지난 15일로 1주기를 맞았습니다. 참사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대대적인 재난 안전 관리 시스템 강화를 통해 재발 방지를 다짐한 상황인데요. 16일 토마토Pick에서는 일명 '오송 참사' 이후의 1년을 정리했습니다.
2023년 7월 15일
그날의 '오송 참사'
지난해 7월15일 오전 8시30분께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수만 톤(t)의 물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사흘간 400㎜가 넘는 폭우에 인근 임시제방이 무너졌고, 400여m 떨어진 지하차도로 강물이 순식간에 흘러 들어갔는데요.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는 데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고로 사상사 30명(사망자 14명, 부상자 16명)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최악의 호우 참사 중 하나로 남게 됐죠.☞관련기사
왜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는 걸 막지 못했나
참사의 원인은 사고지점 인근 미호강 제방이 폭우로 무너지면서 하천수가 지하차도로 유입된 점이 꼽힙니다. 문제는 이 제방이 도면·시공계획서조차 없이 날림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사고 이후 드러났다는 점이죠.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후 재난 안전 시설과 안전 매뉴얼의 문제를 사고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강물이 들어차는 순간 지하차도에는 차량진입을 통제하는 사람이나 진입 차단 시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불어난 물 때문에 지하차도의 물을 빼내야 할 배수 펌프가 침수, 작동을 멈춘데다 차량 침수 과정에서 탈출을 시도하던 시민들을 도울 시설도 없었습니다. 결국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재난·재해 대응기관의 총체적 부실이 부른 '인재'였던 것이죠.☞관련기사
가해자 '중대시민재해' 적용이 관건
"처벌 요건 충족 VS "범위 한정 어려워"
지난해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 시민단체 등은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청장을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참사 당시 도로 통제·사고 상황 전파, 구조 등의 의무를 충북도가 적절히 이행했는지, 청주시는 제방 관리·감독권을 제대로 했는지 등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죠.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또는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나온 경우에 해당합니다. 오송 참사에 경우 제방 붕괴와 사고가 발생한 지하차도가 현행법상 공중시설로 규정돼 중대시민재해 요건을 충족합니다. 이에 검찰은 두 기관의 최고 책임자인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상황입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두 단체장의 기소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는데요.
-처벌 요건 충족 :지역 내 한 변호사는 "사고의 원인이 된 미호강 제방과 사고가 난 오송지하차도는 공중이용시설로,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며 "관리 소홀이 입증되고 사고로 연결됐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된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범위 한정 어렵다 :다만 또 다른 변호사는 "재난 대응의 주체가 행정의 영역이다 보니 쟁점이 복합하고, 관리 범위를 한정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며 "재해 예방을 위한 관계 법령 상 의무를 다 했는지 등 책임 소재를 가르는 직접적인 인과관계 입증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관련기사
오송참사 1년
바뀐 점은 있을까
참사 이후 관계 당국은 집중호우 대응 시설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 안전 시설과 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는데요. 최근까지도 궁평2 지하차도는 시설 보강 등의 이유로 통행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자동차단시설 전면 설치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등 지하차도에 자동차단시설이 전면 설치됐습니다. 해당 시설은 지하차도가 15㎝ 이상 침수될 경우 작동하는데요. 현재까지 도내 30개 지하차도 가운데 29곳이 설치를 마친 상황입니다.
-전기·통신·펌프 시설 재설치 :또한 당시 설치 높이가 낮아 침수됐던 배전판 등 전기·통신 시설을 침수 높이보다 높은 1.7m로 재설치했습니다. 또한 침수로 파손된 펌프시설도 교체했습니다.
-미호강 치수사업 진행 : 미호강과 병천천이 합류하는 지점의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해 하천 폭을 확대하는 사업인 미호강 치수사업도 진행됩니다. 이 사업을 통해 합류지점의 하천 폭은 기존 305m에서 610m로 넓어지고, 하천 최대 수위는 0.67m 낮아져 호우 때 하천범람을 막게 될 것으로 기대 중입니다.
-'4인 담당제' 운영 :침수우려가 있는 지하차도에 공무원 2명, 경찰 1명, 이·통장 등 민간 조력자 1명 등 4명의 담당자를 지정해 호우 시 상황 관리를 강화하는 '4인 담당제'가 운영됩니다.
-병천천 국가 하천 승격 :충북과 충남이 각각 관리하는 지방 하천인 병천천은 내년 1월부터 환경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가 하천으로 승격할 예정입니다.
-재난문자 발송 및 정보 연계 :아울러 정부는 지하차도 침수 때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 구축하고, 관계기관의 재난 정보를 통합·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관련기사
"생존자 지원은 미흡"
이유 있는 피해자들의 한탄
최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생존자대표협의회 대표 A씨와 생존자 B씨는 충북도청 등에서 생존자를 위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청이 안내한 의료급여 지원 신청 기간은 7월 15일부터 10월 14일까지 3개월이었는데요. 충북도청에서 지원을 위해 생존자들에게 연락을 취한 시기는 신청 마감이 임박한 10월 6일이었습니다. 생존자들을 위한 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지원금에 대한 안내도 신청 기간 마감일인 7월 31일에 유선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죠. 이에 A 대표는 "재난을 겪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당일 안내는 물론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며 "기존 재난 시스템 안에 구축된 지원만 있었지 생존자들을 위한 지원은 단 한 개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생존자 B씨는 "담당처에 국가 재난지원금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향후 신체 손상이 없어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습니다.☞관련기사
과거엔 세월호, 미래엔 아리셀
반복되는 후진국형 인재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참사'를 되짚어보면 닮은 점이 많습니다. 약 10년 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인근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그랬죠. 수년간 과적을 일삼으며 어떠한 조치도 없었던 청해진해운은 304명의 사망자를, 불법 파견을 일삼았던 안전점검에 미흡했던 주식회사 아리셀은 23명의 사망자를 낳았습니다.☞관련기사특정 이해관계로 발생한 사고인 점,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으로 마무리되는 과정 마저 똑같습니다. '모든 안전수칙은 피로 쓰여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그저 '지나간 일' 정도에 그치는 일은 없어야겠는데요. 미호천교 아래 제방의 붕괴도, 세월호 침몰도, 아리셀 공장 화재도 한 두가지 원인으로 촉발된 참사가 아닌 만큼,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을 되돌아보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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