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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70, 80대 기자들이 세상을 기록하기
신문 기자로 활동했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갖추다 보니 글쓰기를 주제로 강의 다닐 일이 있다. 중학생 청소년을 상대로 ‘나도 기자다’라는 주제로 기자의 직업 세계와 글쓰는 방법에 관해 설명했다. 대학생이나 직장인을 상대로 학습용과 업무용 보고서,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실용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었다. 지방자치단체 시민기자단 워크숍에 초청받아 50, 60대 자원봉사자 기자들을 상대로 ‘쉽고 재미있게 글 쓰는 방법’을 교육했다.
지난 달에 서울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요청을 받아, 서대문시니어기자단 단원들을 상대로 1회 2시간씩 모두 4차례 직무 교육을 했다. 시니어기자단은 복지관을 이용하는 회원들이 참여한 전문기능 봉사단체다. 기자들은 지역사회 소식을 취재해 평소에는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리고, 분기에 1회 <서대문시니어신문>이라는 제호로 종이신문 5천부를 제작해 서대문구 행정복지센터 등 여러 곳에 배포한다. 기자들은 복지관 소식, 서대문구청에서 주관하는 행사, 서울 정동길 문화공간 등 여러 현장을 취재해 기사를 쓰고 있었다.
교육 과정의 하나로 모의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복지관 부장(부관장 격)이 복지관 하반기 운영 계획을 설명했고 기자들이 질문했다. 기자간담회 결과를 기사로 작성하도록 했고, 한 꼭지 한 꼭지 스크린에 띄우면서 ‘더 낫게 쓰려면…’을 찾아서 첨삭 토의를 진행했다.
또 한 가지는 2인 1조를 맺은 다음에 ‘요즘 가장 즐거웠던 일은 뭔가?’를 주제로 서로서로 인터뷰하도록 했다. 인터뷰 기사에 취재원으로 등장한 어떤 단원은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 늦게야 만나던 아내와 종일 함께 있다 보니 의견이 충돌해 나날이 힘들었다”며 “(학교) 아동안전 지킴이로 일 나가게 된 게 가장 기뻤다”고 사연을 소개했다.
일기라면 마음대로 쓰고 혼자 읽으면 그만이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자유롭게 쓴다. 기사는 다르다. 잘못 쓰면 남한테 상처를 줄 수 있다. 객관적으로 정확하고 공정하게 써야 한다. 기사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놀랐다. 기자단원 22명 가운데 10여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70대가 주축이며 60대가 일부 있고 1937년생 87세 기자도 있었다. 우리나라 성인들은 90% 이상이 글쓰기를 힘들어한다. 20~30대 젊은이도 마찬가지다. 70대, 80대가 시니어기자단 명함을 들고 현장을 뛰면서 사람을 인터뷰하고 기사로 정리해 온라인과 지면에 싣고 있다니….
교육을 진행하면서 단원들한테 기자로 활동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어떤 단원은 “여행을 다녀도 그냥 다니면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기사를 쓰려면 더 깊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관찰과 취재, 기록이 중요함을 이 말을 듣고 새삼 실감했다.
다른 단원은 “서대문구에 있는 문화센터, 수련관, 복지관 등 여러 기관을 취재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기사 써주어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어떤 단원은 “복지관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하기만 했다”며 “기자단 활동으로 다소나마 보답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중학생, 대학생, 직장인, 성인 시민기자단을 상대로 교육할 때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알려 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이번 시니어기자단 교육도 같은 자세로 진행했다. 그 결과 도움을 드린 부분도 있겠지만 70, 80대 기자들이 세상을 관찰해 기록하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나도 많은 점을 느꼈다.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