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4인이 일제히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일찌감치 출마가 예상됐던 한동훈, 나경원, 윤상현 후보 외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고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쟁 구도가 예상 외로 복잡해졌습니다. 토마토Pick이 4명 후보들의 이력과 현재 주변 상황들을 요약해 정리해봤습니다.
1. 주요 이력
후보군 중 3명(나경원·윤상현·원희룡)은 당내에서 손꼽히는 다선 경력을 가진 인사들입니다. 반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최근에서야 국민의힘에 입당한 신인이지만, 윤 정부의 법무부 장관 등을 거치면서 인지도와 지지도 면에서는 다른 후보들을 앞서고 있습니다.
-나경원 :5선 의원(17~20대, 22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윤석열 정부)
-윤상현 :5선 의원(18~22대. 20·21대에는 무소속 당선 후 복당), 새누리당 사무총장,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박근혜 정부)
-원희룡 :3선 의원(16~18대), 제주도지사(재선),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국토교통부 장관(윤석열 정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윤석열 정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2. 러닝메이트
당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함께 당 지도부를 구성합니다. 최고위원들의 지지가 있어야 대표가 분란 없이 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규상 비대위로 전환되기 때문에, 최고위원들이 집단 반기를 들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버틸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각 후보들은 별도의 최고위원 선거에서 자신과 가까운 이른바 ‘러닝메이트’를 두려고 합니다.
-나경원 :나 의원은 러닝메이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사례를 들며 “너무 구시대적인 여의도 정치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윤상현 :윤 의원도 아직 러닝메이트를 구하는 것에 대해 별도의 움직임이 없는 분위기입니다.
-원희룡 :뒤늦게 출마 의사를 밝힌 원 전 장관은 러닝메이트를 영입하는 단계입니다. 김재섭·김용태·김민전 의원을 설득하는 등 최고위원 후보군과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한동훈 :당내 주류인 '친윤계'의 집중 견제를 받는 한 전 위원장은 당선 뒤 안정적 당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러닝메이트가 가장 절실한 처지입니다. 재선의 장동혁 의원이 가장 확실한 측근입니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에서 사무총장을 지냈고, 한 전 위원장 캠프에서 출마를 돕고 있습니다. 그 자신도 최고위원 출마가 예상되며, 그 외에도 박정훈·진종오 의원 등이 러닝메이트로 함께할 전망입니다.
3. 비전
결선 투표까지 고려하면 선거 구도는 '한동훈 vs 세 후보'에 가깝지만, 네 후보가 각각 내놓은 당의 청사진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나경원 :나 의원은 출마 선언 때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 제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파벌 없는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지역구에서 패한 원희룡, 총선 전체에서 패한 한동훈과 달리, 자신은 이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친윤, 반윤의 고른 득표를 기대하고 있지만, 내심 지난해 전당대회 때처럼 친윤에게 팽당하는 '제2의 연판장 사태'를 경계하는 눈치입니다.
-윤상현 :윤 의원은 “대통령과 당의 변화를 추동할 자신이 있다”며 보수 혁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의도연구원 혁신(가치정당) △중앙당 민원국 가동·쓴소리위원회 신설(민생정당) △지역당 설치·원외 사무총장 임명·당원소환제(혁신정당) 등의 공약도 내세웠습니다.
-원희룡 :원 전 장관은 “당과 정부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총선 민심을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며 당정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도 각별히 부각하고 있습니다. 당정 갈등을 우려하는 정통 지지층을 공략하는 전략입니다.
-한동훈 :한 전 위원장은 “한쪽이 이끄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수평적 당정관계 정립을 강조했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기존 당의 입장과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기존 지지층을 존중하되, 야당과도 대화하고, 중도층 공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총선 때와 비교하면 다소 유연해진 편입니다.
4. 정부와의 관계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 후반기를 함께하며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합니다. 집권 후반기에도 여전히 여소야대가 유지되는 상황이라,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당정 관계는 전보다 더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나경원 :윤 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으나 이후 정책 기조에서 이견을 보여 해촉됐습니다. 나 후보는 여전히 용산에 화끈하게 줄 설 생각은 없어 보이고, 용산은 나 후보의 '모호한' 스탠스를 의심합니다.
-윤상현 :20대 대선 당시 인천 선전의 숨은 공신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윤 정부 출범 이후 쓴소리를 계속하며 친윤계와 거리가 생겼습니다.
-원희룡 :'대장동 일타강사'에 이어 국토부 장관 시절엔 양평 고속도로 의혹 관련 '김건희 호위무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용산과 가깝습니다. 친윤계가 이번 출마를 설득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1순위 선거 전략입니다.
-한동훈 :한때는 '윤석열 아바타'였지만, 지금은 '반윤'의 상징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 이렇게 관계가 멀어지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인데,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두 사람의 거리는 더 멀어질 거란 전망이 압도적입니다.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는 '채 상병 특검법'을 당이 주도해 발의하겠다고 선언한 게 그 시작점인 듯합니다.
5. 논란
네 후보들은 모두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설화로 끝난 논란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고소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후보들의 주요 논란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경원 :2019년 패스트트랙 파동, 자녀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 아들 서울대 실험실 특혜 의혹 등
-윤상현 :2016년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 2022년 방역수칙 위반 단체회식 논란 등
-원희룡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집회 참석 논란, 제주지사 시절 업무추진비 내용 허위 기재 의혹, 제주 토지 셀프 용도변경 의혹, 영리병원 개원 허가 논란 등
-한동훈 :딸 허위스펙 의혹,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고발사주 관여 의혹 등
‘어대한’ 계속되나
3인 추격 시작하나
현재까지의 판세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전망이 유력합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한 전 위원장의 인기가 가장 독보적이기 때문인데요. 이런 이유로 선거전의 구도가 ‘한동훈’ 대 ‘비한동훈’으로 흘러갈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다만 친윤계의 떠오르는 스타인 원 전 장관의 추격이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는데요. 과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저조한 지지율로 시작했으나 장제원 전 의원 등 친윤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권을 장악한 바 있습니다. 한동훈 후보가 1차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고 세 후보들이 막판 연대를 한다면, 그리고 친윤표가 똘똘 뭉친다면, 최종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연 이번 전당대회 승자는 누가 될까요? 마지막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