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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당의 지도자, 당대표가 된다는 의미
이번 일요일,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자들이 일제히 출마선언을 했습니다.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후보가 1시간 간격으로 출마선언을 한 것을 보면, 상당한 기싸움과 전략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거대양당의 당대표가 되면, 엄청난 권력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처럼 치열한 것입니다. 과거 3김시대에는 당총재로 부르면서, 당직 임명권, 정책결정권, 재정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국회의원 공천권을 모두 가지는 무소불위의 제왕적 총재였습니다.
2000년을 기점으로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으로 불리는 민주당 소장파들이 정풍운동을 하여,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대회가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러지게 된 것입니다. 계속된 정당개혁으로 ‘열린우리당’은 대통령과 당대표가 분리되고, 대통령은 “1호 당원”으로 명예만 가졌습니다. 정당 간의 상호작용으로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당대표는 ‘1년 6개월’ 전에 사퇴하는 조항이 만들어졌고, 이에 자극받은 민주당이 ‘1년’ 전 사퇴조항을 당헌에 명시하가 된 것입니다. 이번에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하여 당선된다면, 내년 10월경에 당대표를 사퇴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대선후보들이 1년 6개월짜리 당대표에 뛰어드는 것은 당대표 권한으로 유리한 정치적 자산과 지형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기 때문이겠죠.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가 연임을 선언하고 추대된다면, 임기는 2년이지만 2026년 3월 전에 사퇴해야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민주당은 “전국 단위 선거 등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변경할 수 있다”라는 예외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이쯤 되면 ‘1인정당’보다도 더 센 ‘황제 당대표’쯤 되는 것 같습니다. 특정인을 위한 당헌 개정이 분명한데, 당헌을 대의기관인 대의원대회가 아니라 집행 의결기구인 ‘당무위원회’가 의결할 수 있다는 비민주적인 발상 자체에 대해 당 내부에서 단 한사람도 지적하지 않는 점에서 정당 본연의 기능이 마비된 “교주를 모시는 정당”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대통령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정당은 강력한 중앙당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은 야당으로 대통령은 견제하려면, 힘있는 중앙당과 당대표가 있어야 한다고 상식처럼 생각합니다. 반면에 미국은 대통령이 의회와 대화하고 타협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중앙당 기능을 없애버렸습니다. 정당의 대표 역할은 국회 내부의 원내대표가 맡고, 고유의 정당 업무는 ‘전국위원회 의장’이 상징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앙당이 없고, 중앙당 공천이 없고, 중앙당 당론이 없습니다.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대통령 정책에 대해 “양심에 따라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처럼 점점 강력한 중앙당 대표가 존재한다면,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입니다.
얼마 전 국민이 보셨지만, 오랜만에 열린 ‘영수회담’도 일방적인 연설문 낭독과 발언으로 조그마한 성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번 만난 것이 유일한 성과이지요. 대한민국 헌법 체계상으로 통치시스템과 정당시스템이 불일치하고, 사회는 점점 정파와 진영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헌법 시스템과 구조의 한계상황을 개혁하려는 생각보다는 당대표라는 최고의 자리만 차지하면 된다는 생각인 모양입니다. 그런 당대표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한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지도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요란한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지나가면 더 크고 센 갈등과 대결의 칼을 갈 것입니다. 또다시 피바람이 난무하는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