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가 ‘우향우’로 끝이 났습니다. 극우세력들이 예상을 뒤엎고 대약진했습니다. 주요 국가의 거대 정당이 선거에서 참패하는 등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유럽 국가들이 변곡점을 맞았는데요. 그렇다면 유럽의회에서 어느 나라, 어느 세력이 울고 웃었을까요? 그리고 유럽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토마토Pick이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자세히 분석해드립니다.
유럽의회란?
유럽의회(EP: European Parliament)란 유럽연합(EU)의 입법기구를 뜻합니다. EU에서 실질적인 입법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이지만, 유럽의회는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을 거부하거나 수정하는 형태로 입법권을 행사합니다. 그 외에도 EU 기관의 자문, 예산안 심의 및 확정 등 권한이 막강합니다. 1952년 처음 설치된 뒤 1962년 정식 창설됐습니다. 할당되는 의석 수는 각국 인구에 비례하는데요. △독일 96석 △프랑스 81석 △이탈리아 76석 △스페인 61석 등 주요 국가에 할당량이 많은 편입니다.
유럽의회 선거와 주요 정당
유럽의회는 EU의 여러 기관 중 유일하게 직접선거를 통해 구성된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27개 EU 회원국 시민들에 의해 5년에 한 번씩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선출합니다. 즉 후보가 아닌 정당에 투표하며, 결과에 따라 배정된 의석수와 미리 올린 후보 명부 순서대로 최종 당선인이 결정되는 형식입니다. 각국 정당들이 진출한 만큼 특정 정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기 어려운데요. 각 정당은 정치적 지향에 따라 교섭단체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표적 교섭단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럽국민당(EPP) :중도우파 성향 정당들이 모인 교섭단체로 독일 제1야당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 스페인 제1야당 ‘인민당’(PP) 등이 소속돼 있습니다. 유럽의회의 주류 교섭단체로, 이번 선거에서도 과반을 유지할 전망입니다.
-사회민주진보동맹(S&D) :중도좌파 성향 정당들이 모인 교섭단체로 독일 집권여당인 ‘사회민주당’(SPD), 스페인 집권여당인 ‘사회노동당’(PSOE), 이탈리아 제1야당 ‘민주당’(PD) 등이 소속됐습니다. 제9대 유럽의회에서 2번째로 많은 의석을 보유했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비슷한 위치에 설 전망입니다.
-리뉴 유럽(RE) :중도를 표방하는 교섭단체로, 프랑스 여당 ‘르네상스’(RE) 등이 포함됐습니다. 현재 102석을 보유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의석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정체성과 민주주의(ID) :강경우파의 교섭단체로 각국의 보수 및 극우계열 정당이 소속됐습니다. 이탈리아의 ‘북부동맹’,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등이 대표적입니다.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 :친환경 및 지역중심의 중도좌파 정당으로 독일의 ‘동맹 90/녹색당’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의석이 줄어들 전망입니다.
-유럽 보수와 개혁(ECR) :중도우파와 극우를 아우르는 교섭단체로 이탈리아 여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FdI), 폴란드 제1야당 ‘법과 정의당’(PiS)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의석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럽의회 극우 약진
우는 리더, 웃는 리더들
27개국에서 치러지는 큰 선거인 만큼 현재까지 집계가 이어지고 있으나 주된 평가는 ‘극우의 약진’입니다. 각국 극우정당들의 의석이 늘어나면서 좌파 성향 정당들이 주춤하는 양상인데요. 일단 EPP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1당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럽의회가 11일 집계한 잠정 결과에 따르면 EPP가 186석, S&D가 135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3당인 ‘리뉴 유럽’의 의석은 102석에서 79석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유럽의회에서 주류인 1~3당이 모두 수성에 성공했지만 강경우파의 상승세도 주목되는데요. ID가 58석, ECR이 73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각국에서 기존 여당, 중도성향 정당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고, 이로 인한 후폭풍도 거센 상황인데요. 각국 정상들도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극우 성향을 보인 인사들이 승자로 꼽혔습니다.
-조르지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로 꼽힙니다. 멜로니 총리가 소속된 ‘이탈리아의 형제들’은 이탈리아 선거에서 28.8%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교섭단체 ECR도 현재 69석에서 70석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 :그가 이끄는 중도우파 열린자유민주당(Open VLD)은 이번 선거에서 8.7%를 기록, 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더크로 총리는 이에 사임을 선언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은 극우 국민연합(RN)에 완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나는 투표를 통해 여러분에게 우리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드리기로 결정했다”며 국회 해산을 선언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독일의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15.9%의 역대 최고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반면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는 13.9%에 그쳤는데요. 이로 인해 독일의 연정 붕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오르반 총리는 극우로 분류되는 인사 중 드물게 참패를 한 인사입니다. 그가 이끄는 피데스(Fidesz)당은 43.8% 득표율이 예상됐는데요. 이는 2019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기록입니다. 이에 따라 피데스당의 유럽의회 의석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U 지각변동 예고
기존 정책들 위기
이번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이 약진하면서 EU 내에서의 각종 정책들에도 상당한 폭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극우정당들이 약진한 이유로는 유럽 최대 현안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의 지속적 유입, 빈번한 극단주의 테러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난민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가운데 극우정당들이 기회를 잡으면서 강경노선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유럽의회 선거는 각국의 민심을 확인하는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이런 경향이 각국 내정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이민 문제 :계속되는 이민자의 유입은 유럽의 만성적인 골칫거리입니다. 이미 각국이 불법 이민자들을 타국으로 보내거나 이민 자체를 차단하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유럽의회 진입에 성공한 우파 정당들은 보다 강경한 대응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존 정책의 큰 변화는 예상되지 않으나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나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EU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일부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정책 :이전 선거에서는 녹색산업과 환경 규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된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유럽의 경쟁력 제고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또 농민 시위 등의 논란이 있었던 만큼 농업과 환경 관련 규제가 잠정 보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