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결국 임기 내 연금개혁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갔지만 여야가 사용하는 언어는 21대 국회와 특별히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권은 왜 연금개혁에 한목소리일까요? 그리고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었기에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까요? 토마토Pick은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와 처한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항상 ‘한다’ 주장 왜?
연금개혁 필요한 이유
우리나라에서 연금 문제는 여야 모두가 공감하는 최대 화두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지난 2022년 대선 때도 대선후보들의 주요 논의 주제가 연금이었는데요. 국민연금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추계에 따르면 현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적립 기금은 2039년 최대 규모인 1972조원에 도달한 후 감소세로 접어들어 2054년 고갈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연금개혁이 이뤄진 것은 2007년인데요. 특히 보험료율(소득 대비 내는 돈의 비율)은 1998년 9%로 올린 뒤 현재까지 26년째 동결된 상태입니다. 연금 위기가 닥치는 게 당연한 셈입니다. 현재 청년세대는 온전히 연금을 부담하기만 할 뿐 그 혜택은 전혀 못 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은퇴 시기에 연금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내몰리듯 은퇴하게 될 처지입니다. 인구성장률도 0%대로 접어들면서 연금을 충당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청년세대의 걱정거리입니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내내 논의한 연금개혁
그래서 뭘 논의했나
정치권에서 계속 거론되는 연금개혁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말합니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수급 개시 연령 등 수치를 조절하는 것이고, 구조개혁은 직역연금과 퇴직연금, 국민연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설정 등을 다룹니다. 이를 위해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구성했습니다. 국민연금은 현재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2.5%인데요. 연금특위 산하의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최종 보고서에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의 2개 모수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보험료율은 2%의 차이를 보인 반면 소득대체율은 10%의 큰 차이를 보였는데요.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해 2개 안이 나온 것입니다.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 가입자가 가입 기간 번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 수령액의 비율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논의하는 연금개혁도 모수개혁과 국민연금의 속도, 그리고 이 소득대체율 비율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 차이를 좁히지 못해 여야는 21대 국회 임기 내에 연금개혁을 이룩하지 못했습니다.
합의 실패 이유 ①
소득대체율 1%
그렇다면 여야는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요? 우선 모수개혁에서 차이가 컸습니다. 민주당은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50%를,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를 제시했는데요.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의 절충안을 제안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를 역제안했습니다. 보험료율에서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소득대체율 2%의 차이는 끝내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이 재차 소득대체율 44%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시간이 지난 후에야 수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다시 거부했는데요. 이 때문에 ‘정치권은 1% 차이도 못 좁힌다’는 질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양측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는데요. 모수개혁과 함께 대두된 구조개혁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합의 실패 이유 ②
구조개혁 속도
구조개혁의 시기도 문제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합의 가능한 내용이라도 먼저 처리해야 한다며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의 보혐료율과 소득대체율을 협의해 개혁의 첫발을 내딛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한 제안이 소득대체율 44%이고, 양측의 이견은 1%로 좁혀졌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정부 측은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 구축을 위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동시 진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모수개혁만으로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공무원과 군인 등 직역 단체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즉 현실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이라도 처리하고 주장했습니다. 22대 국회 시작 이후 지방선거(2026년)와 대통령 선거(2027년)가 다가올 텐데, 논의에 정쟁이 겹쳐 개혁이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양측은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고, 구조개혁과 모수개혁 모두 22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이를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과거에는 여당이 모수개혁이라도 하자고 먼저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공 넘겨받은 22대 국회
여야 모두 “최우선 처리”
결국 21대 국회는 극심한 대치 속에 연금개혁에 실패했습니다. 정치권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우선 여야는 국가 존망이 걸린 연금개혁과 저출산 문제에 손을 맞잡기로 했습니다. 여야정 협의 기구를 설치하자고 한 것인데요. 민주당은 저출산 위기와 관련된 협의체를,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을 위한 협의체를 각각 제안한 것입니다. 특히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이 정기국회에서 논의돼 연말까지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협의에 민주당이 조속히 나서줄 것을 제안한다”며 연말이라는 시한을 달기도 했습니다. 다만 우려도 남았습니다. 현재도 여야는 원구성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야권은 ‘채 상병 특검법’을, 여권은 ‘김정숙 특검법’을 들고나오는 등 시작부터 민생을 뒷전으로 밀어낸 실정입니다. 상술했듯 선거가 다가오는 것도 문제입니다. 논의가 1년 이상 이어지면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은 연금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자칫 윤석열 정권 내에 연금개혁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연금개혁 선언’ 윤 정부
남은 임기 내 처리할까
우리나라의 마지막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입니다. 이후 역대 정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연금개혁을 미뤄왔습니다. 그 사이 베이비부머 세대가 연금 보험료 납부를 마쳤습니다. 지금 정권이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부터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는데요. 현재까지는 국회에 바통을 넘긴 채 손을 놓고 있었던 형국입니다. 21대 국회도 22대 국회로 연금개혁을 떠넘겼고요. 긍정적인 점은 정치권이 모수개혁에는 어느 정도 합의점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연금개혁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의 병행을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정부여당이었습니다. 과연 남은 임기 안에 뜻을 관철할지 주목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