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5 (월)구독
  • 사용자 설정
(시론)미래 전력망 구축은 우리 모두의 책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나왔다. 현재 약 30GW 수준의 재생에너지를 2038년까지 120GW로 확대하고, 대형 원전 3기와 700MW 규모의 SMR 1기 신설도 포함되었다. 양수 발전소를 포함한 장주기 ESS는 21.5GW를 확충할 계획이다. 새로운 송전망/배전망 확충도 대거 필요하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38년에는 무탄소 발전량의 비중이 70.2%까지 올라갈 것이다.
문제는 재원 조달이다. 한전의 누적 적자는 50조원, 부채는 200조원에 이르며 추가 채권 발행도 여의치 않다. 한전의 자금난은 송배전망 확충 지연으로 이어진다. 현재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의 99%는 접속 계통이 없고 상당수가 31년 이후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38년까지 120GW까지 재생에너지를 늘리기는 매우 어렵다. 수소와 암모니아 발전량 비중도 5%까지 늘린다고하나, 연료를 수입해야 해서 발전 원가는 200원/kWh 이상이다. 보조금 투입이 필수적이다.
어느 정도 돈을 써야 할까? 한전 누적 적자 50조원, 부채 절반 상환 100조원, 송배전망 투자 100조원, 장주기 ESS 40조원, 수소/암모니아 발전 보조 30조원, RPS 이행 비용 30조원 등 적게 잡아도 15년간 최소 350조원, 연간으로 약 25조원이 필요하다. 한전의 2023년 매출이 88조원임을 감안할 때, 전기료를 30% 이상 인상해야 이 정도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한국의 전기 요금은 선진국 대비 많이 싸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kWh당 430원 정도로 우리의 약 3배다. 독일과 달리 우리는 원가를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전기의 사용 확대는 탄소중립의 핵심 전략인데, 전력 산업의 위기가 지속되면 탄소중립도 불가능하다. 단기간에 전기요금을 30% 인상하기 어렵다면, 매년 3%씩 15년간 지속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정책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요금 정상화와 함께 정부는 핵심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과 다양한 전력 신기술과 신사업 분야에 민간자본 유치를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수익 회수 기간이 긴 재생에너지와 ESS 분야는 녹색 채권 발행 및 정책 금융을 통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이 모든 일에는 전기요금 현실화가 가장 중요하다. 적절하고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어야 투자가 몰리고, 투자가 이루어져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어 신산업의 발전과 원가 인하로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 지금처럼 폭탄 돌리기 식으로 자꾸 미루면 미래에는 한전 부채, 정부 부채, 노후한 전력 인프라만이 남게 되고 피해는 몇 곱절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각계 각층에서 비판 일색이다. 원전이 부족하다는 비판, 재생에너지 확충 방안이 모호하다는 비판, 무탄소 발전량 목표를 더 올려야 한다는 비판, 탁상공론이라는 비판 등등 정말 다양하다. 정부를 비판하고 타 진영을 비난하지만, 본질인 돈 이야기는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있다. 탄소중립의 실천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11차 계획의 일부라도 실천이 중요하며, 이는 전력산업 정상화와 요금 인상이 없이는 공염불이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부담을 나누고 책임을 져야 한다. 지속 가능한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지갑을 열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와 자손들의 안녕을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그 이후 비판을 해도 늦지 않다. 곪아터진 문제를 오늘도 외면한다면, 15년 후 목표에 갑론을박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권효재 COR 페북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