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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벌이는 가자전쟁이 반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온 미국에서도 반이스라엘 정서가 깔리고 있습니다. 전쟁의 향방을 놓고도 양국은 이견을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왜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일까요? 토마토Pick은 70년 넘도록 이어진 미국과 이스라엘의 보이지 않는 갑을관계를 짚어봤습니다.
'우방관계' 미국과 이스라엘
의아한 '동맹관계'
이스라엘군이 라파의 검문소를 장악했을 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을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대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국제 인도주의법을 준수한다는 가정이 포함된다”고 했습니다. 라파 공격 가능성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이스라엘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임을 시사한 발언입니다. 양국은 틀림없이 든든한 ‘우방’이지만, 엄밀히 말해 ‘동맹’은 아닙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미일안전보장조약 같은 방위조약을 맺은 게 아니며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처럼 안보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처럼 미국과 대립관계의 국가(러시아)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사사건건 팔레스타인과 대립하는 이스라엘의 존재는 미국의 중동 외교에 걸림돌입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그야말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토록 이스라엘을 아낄까요?
이스라엘 만나면 작아져
‘을’이 된 패권국가 미국
미국은 자타공인 지구촌의 경찰, 세계 최대의 패권국가입니다. 모든 나라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급급한데요. 그 미국이 유독 이스라엘 앞에서는 작아집니다. 특히 아랍권이나 팔레스타인과 분쟁이 있을 때면 미국은 예외없이 이스라엘 편에 섰습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해 편을 들었으며, 최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 여부를 논하는 표결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렇게까지 이스라엘을 돕는 걸까요? 미국 내의 유대인이 각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관련기사
-정치 :친이스라엘 유대계의 미국 정치권 로비는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국 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가 대표적인데요. AIPAC은 1954년 설립된 로비단체로, 이후 70년간 미국 정치에 관여했습니다. 가디언은 지난달 AIPAC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진보적 여론에 맞서기 위해 1억 달러(약 1320억)을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교육 :미국 경제를 이끄는 인사 중에는 유대인이 상당수 포진했습니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는 반유대주의 성향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반유대주의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줄줄이 사임했습니다. 배후에는 ‘총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기부를 끊겠다’는 고액 기부자들의 압력이 있었는데요. 유대계가 미국의 경제는 물론 교육계까지 쥐고 흔들고 있다는 방증입니다.☞관련기사
-경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등 미국에서 유명 재력가의 상당수는 유대인입니다. 위의 기부금 압박도 결국 재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내 유대계의 재력도 짐작할 수 있는데요. 골드만삭스·로스차일드·모건스탠리 등 월가의 유명 금융기관 대다수는 유대계가 만들었거나 운영합니다.
-언론 :미국의 언론도 유대계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AP·UPI 등 내로라하는 언론사들의 지분을 유대계가 보유하거나, 유대계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 이번엔 다를까
요동치는 반시온주의
가자전쟁의 장기화에 미국 내에서는 스멀스멀 반전시위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 교내에 야영지를 설치하는 등 시위를 이어갔고,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지난달 18일 이후 미 전역의 약 50여 캠퍼스에서 약 2500여명의 학생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반유대주의(Anti-semitism, 유대인에 대한 차별)라는 지적도 있으나 이들은 반시온주의(Anti-zionism, 이스라엘에 대한 반대)라고 주장합니다. 반유대주의가 유대인 자체에 대한 차별을 다루는 반면, 반시온주의는 현재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 혹은 건설에 대한 반대를 뜻합니다. 서안지구 점령과 유대인 정착촌 건설, 분리장벽 등 팔레스타인에 차별적인 이스라엘 정책과 행동을 비판하는 것이죠. 이 반시온주의가 가자전쟁의 참상과 맞물려 시위를 촉발한 것입니다.
대선 앞둔 미국
이스라엘과 이견
반전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도 이를 아예 외면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특히 11월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더욱 그런데요.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최소한의 선을 뒀습니다. 바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인데요. 피난민들이 가장 많이 몰린 지역에서의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큰 인명피해가 우려됩니다. 때문에 미국은 지속적으로 라파에서의 지상전은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각) CNN 인터뷰에서 “만약 그들이 라파에 진격한다면, 그들은 아직 진입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에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공개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4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이미 이스라엘군은 라파 주거지까지 진입한 상태입니다. 미국의 경고를 무시한 처사인데요. 전쟁의 해법을 두고도 양국은 이견을 보였습니다. 미국은 ‘두 국가 해법’을 전쟁 종식 및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는데요. 양국이 혈맹으로 지내온 76년 사이 이 정도로 큰 이견을 보인 것은 이례적입니다. 특히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반전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고, 양국의 입장 차이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두 국가 해법 :두 국가 해법이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국가로서 공존하는 형태의 전후 구상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를 지지하지만, 당사국인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테러를 자행한 결과 독립된 국가를 세울 수 있게 된다는 전제 자체에 반발하며 오히려 전후에도 이스라엘군이 치안 통제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또 꼬리 내리나
이스라엘 지원 재개
다만 현재 미국의 기조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4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가 10억 달러(약 1조3650억원) 규모의 무기 지원을 추진 중입니다. WSJ는 이 거래가 지난 봄부터 검토됐으며 의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는데요.☞관련기사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도 이스라엘과의 관계 악화는 우려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대학가의 반전시위도 하나둘 뜻을 접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이 또 이스라엘 앞에서 ‘을’로 머무를까요? 11월 대선까지 가봐야 윤곽이 나올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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