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폐지했던 민정수석을 부활시키기로 하면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슬림화 약속과 어긋난 결정이기도 하지만 더 주목되는 것은 야권의 반발인데요. 그렇다면 야권은 어떤 점을 문제로 꼽았을까요? 토마토Pick은 민정수석실의 역할과 현재 제기된 문제점들을 짚어봤습니다.
민정수석이란?
민정수석이란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중 하나인 민정수석비서관의 줄임말입니다. 이번에 부활한 민정수석실은 민정비서관·공직기강비서관·법률비서관을 산하에 두게 됐습니다. 업무 특성상 권력이 막강해 행정부 소속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 중 최고의 요직으로 일컬어지는데요. 민정수석의 업무는 그간 정권마다 소폭 차이가 있었지만,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민심 청취 :국민의 뜻을 살펴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업무입니다. 22대 총선 여당 참패의 이유 중 하나로 윤 대통령의 ‘불통’이 제기됐는데요.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이번 민정수석 부활의 이유 중 하나로 민심 청취를 꼽았습니다.
-인사 검증 및 내부 감찰 :대통령 친인척 등에게서 비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공직자의 기강 확립, 인사 검증 등을 도맡습니다. 5대 사정기관 총괄 기능과 함께 민정수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였습니다.
-대통령의 법률 보좌 :각종 국정현안이나 비서실 업무 등에 대한 법률 판단 및 해석을 내립니다.
-5대 사정(司正)기관 총괄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을 총괄합니다. 민정수석이 주목됐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동시에 윤 대통령이 폐지를 주장한 이유였습니다.
권한만큼 구설도 계속
역대 수석들은 수난사
그러나 역대 민정수석 중 성공적인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민정수석은 찾기 어렵습니다. 역할이 다양하고 막중한 만큼 구설도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폐지론이 제기될 정도로 수난이 더 많았던 게 민정수석의 자리였습니다.
-곽상도(2013년 3월~2013년 8월)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 국가정보원의 대선 및 정치 개입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검찰과의 조율이 매끄럽지 못하는 등 검찰 장악에 실패했다는 책임론이 대두됐고, 이내 교체됐습니다.
-우병우(2015년 1월~2016년 10월) :박근혜 정부 4대 민정수석.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국정농단 사태 관련 의혹 등 박근혜 정부에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이름이 함께 거론됐습니다. 이후 불법사찰 등의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조국(2017년 5월~2019년 7월)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 특히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이 발생했는데요. 그럼에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습니다. 이는 당시 여권이던 민주당의 지지세 하락에 일조했습니다.
-김조원(2019년 7월~2020년 8월) :문재인 정부 2대 민정수석. 당시 청와대의 ‘참모진 1주택 보유’ 방침을 어긴 강남 아파트 2채 보유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1채를 판매하겠다고 했으나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매물을 내놔 비판을 받았고, 결국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은 채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김종호(2020년 8월~2020년 12월) :문재인 정부 3대 민정수석.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을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경질됐습니다.
-김진국(2021년 3월~2021년 12월) :자녀의 ‘아빠찬스’ 입사지원서 제출 논란이 확산하면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 즉각 수용됐습니다.
‘민심 청취 위해’라는데…
총선 패배 교훈 얻었나
상술했듯 이번 민정수석실 부활의 표면적인 이유는 민심 청취입니다. 총선에서 참패하고 민심을 돌아보겠다는 것인데요.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민정수석 인선(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직접 밝힌 후 “아무래도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해서 그동안 취임한 이후부터 언론 사설부터 뭐 주변의 조언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총선 참패에는 윤 대통령의 ‘대파 발언’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평가되는데요. 875원의 대파 가격이 “합리적”이라던 윤 대통령의 발언은 물가 파악 등 민생의 현실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비판의 소지가 컸습니다. 때문에 민심을 듣겠다는 발언은 나름의 신빙성이 있는데요. 한때 민정수석실은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온 곳”이라며 맹비난했던 윤 대통령이 다시금 민정수석실을 만드는 것은 대선공약 후퇴를 감수한 결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생 청취 목적이 맞냐’는 비판이 잇따릅니다. 총선에서 낙선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된 게 대표적입니다. 검사 출신 측근 인선은 지금껏 대통령실이 보여준 인선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민정수석실은 인사권과 사정권이 주목받았지, 민생 청취 기능이 주목받는 부서가 아니었습니다.
민정수석 구성 보니
대다수가 검찰 이력
민정수석실 부활에 따라 신임 수석으로 임명된 사람은 대검찰청 중수부 특별수사지원과장 이력의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입니다. 사실 역대 민정수석은 대체로 검찰 출신의 역할이었습니다. 민정수석은 인사 검증 및 내부 감찰, 그리고 사정기관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특히 막강함을 자랑하는데요. 검찰 출신 인사들이 주로 사정권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 출신이 아닌 민정수석은 김영식·김조원·김종호·김진국·조국(문재인 정부), 문재인·전해철(노무현 정부), 김성재(김대중 정부) 등 손에 꼽습니다. 부활한 민정수석이 검찰 출신 인사라는 점은 이전까지 윤 대통령이 비판한 민정수석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의아한 대목은 민심 청취와 검찰 출신 인사 인선의 연관성입니다. 민심을 검사 출신에게 들어야만 하는 거냐는 지적인데요. 애당초 민심은 민정수석실을 부활할 필요도 없이 언론과 각종 여론조사, 그리고 야당을 통해서 확인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 본격화
기묘한 타이밍의 민정수석 부활
이런 이유에서 정부의 민정수석실 부활 선언은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서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최민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 후 약화되는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최근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민정수석 부활을 통해 총선 민의를 외면하고 검찰 장악을 통해 가족을 사법 리스크에서 구하는 데 골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김 여사의 수사를 앞두고 민정수석실을 통해 사정기관 단속에 나섰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대통령실은 사정기관을 담당하는 반부패비서관을 두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사정기관 장악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과연 용산 대통령실이 민정수석을 부활한 진의는 무엇일까요?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의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