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Pick!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습니다. U-23 축구대표팀이 AFC U-23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히며 40년 연속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이번 아시안컵 준비 과정에서 유독 잡음이 많았는데요. 올림픽 진출 좌절은 터질 게 터졌다는 평가입니다. 오늘 토마토Pick은 U-23 아시안컵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예상외의 선전
일본 꺾고 조 1위 진출
이번 AFC U-23 아시안컵 개막 전 대표팀 내에서는 불안 요소가 많았습니다. 애초 U-23 대표팀 경기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비 핵심 김지수(브랜트포드), 공격 핵심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FC) 등 해외파 차출이 대부분 불발됐는데요. 뿐만 아니라 U-23 대표팀을 맡은 황선홍 감독이 성인대표팀 임시 감독도 함께 맡으면서 집중력도 분산된 바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 UAE, 중국과 함께 최악의 조에 편성되면서 조별 리그도 장담할 수 없었는데요. 다행히 UAE, 중국, 일본을 모두 잡아내면서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전술, 지공 상황시 의미없는 크로스 남발, 골키퍼 선방에 가려진 수비 불안 등 답답한 경기력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도하 참사’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일본을 꺾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을 때는 축구 팬들 대부분 안도했을 텐데요. 만일 일본에게 패배했다면 인도네시아가 아닌 개최국 카타르를 8강에서 만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U-23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A대표팀 FIFA 랭킹은 대한민국 23위, 인도네시아는 111계단이나 아래인 134위로 현격한 수준 차이가 있기에 패배를 예상한 축구 팬들은 거의 없었을 텐데요. 하지만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혈투 끝에 10-11로 패배했습니다. 4강 진출이 좌절됨에 따라 한국 축구가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한 건 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40년 만입니다. 1988 서울올림픽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온 세계 최다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기록은 9회에서 멈췄습니다.☞관련기사
'도하참사' 일어난 배경
총체적 난국의 결과물
앞서 여러차례 언급했습니다만, 이번 '도하 참사'는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였습니다. 그 배경을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황선홍 감독의 전술 능력: 이번 인도네시아전에서 황선홍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전술을 선보였는데요. 최소 4강에는 진출해야 올림픽 진출을 노릴 수 있어 총력전을 펼쳐야 했는데 주전 공격수 이영준, 중원의 핵심인 강상윤,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해야 할 에이스 정상빈 같은 주전 선수 대부분을 제외하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 왼쪽 윙어인 강성진을 최전방에 놓고 약체 인도네시아 상대로 3백을 쓰는 수비 위주의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해외파 선수들이 빠졌다해도 U-23 대표팀 선수들 다수가 K리그 주전급 선수들인 만큼, 절대 인도네시아 대표팀 선수에 뒤지지 않을 텐데요. 황선홍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엉망이었던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홍명보-김판곤 조합이 빠지고 난 이후 축구협회 행정력은 그야말로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앞서 황선홍 감독이 직접 뛰어다니며 배준호, 양현준, 김지수 같은 핵심 유럽파 선수들 차출을 요청했고 각각 소속팀에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그 이후 소속팀들과 전혀 소통을 하지 않아 상황이 바뀐 소속팀들이 약속을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전혀 대응하지도 못했습니다. 일본축구협회가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아닌 직원을 파견해 구단들로부터 차출 허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것은 크게 비교되는 장면입니다. 또 3월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황선홍 감독을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빼내면서 아시안컵 개막 한달 전 마지막 옥석 가리기도 방해했습니다.☞관련기사
아시안컵 우승한 일본
점점 벌어지는 격차
한국대표팀 수준이 점점 떨어지는만큼, 일본과의 격차도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각종 대표팀을 통틀어 다섯 번 연속 0-3 참패를 당했는데요. A대표팀은 2021년 3월 원정 평가전에서, 2022년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각각 0-3으로 졌습니다. U23 대표팀 역시 2022년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8강전에서 0-3으로 완패하며 탈락했습니다. U17 대표팀도 2022년 6월 인터내셔널 드림컵에서 0-3, 2023년 7월 AFC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0-3으로 연달아 무릎을 꿇었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두 팀 모두 16강에 올랐지만, 경기력으로만 봤을때 일본에 한 수 아래였습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이 일본을 이기며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당시 일본 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 대비를 위해 한국 대표팀보다 1~2살 더 어린 선수를 차출한 반면, 한국대표팀은 병역 면제를 위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망), 백승호(버밍엄 시티) 등 성인대표팀 수준의 선수들도 차출했기에 비교 불가합니다. 이번 U-23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이 그 결실을 맺어 우승까지 차지했는데요.☞관련기사이제 일본과 한국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황선홍 “시스템 바꿔야한다”
작심 비판 이유는?
U-23 대표팀이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후 황선홍 감독이 한국 축구시스템을 작심 비판했습니다. 황 감독은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실패의 원인에 대해 현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황 감독은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 반드시 연령대 대표팀이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지금처럼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알기 쉽게 정리해보면, 병역 문제가 없는 다른 국가는 올림픽을 대비하는 대회로 아시안게임을 이용하면서 4년 주기로 대표팀을 운영하는 반면, 한국은 병역면제로 아시안게임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되면 2년 주기마다 대표팀 선수 대부분 명단이 바뀌게 된다는 겁니다. 예컨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 중 U-23 국가대표팀에 남은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병역 면제를 받은 선수가 아시안컵에 출전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2년 텀이었던 기존과 달리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팀을 바꾸고 정비해야 했습니다.☞관련기사
시스템 전부 바꾸기 전에
책임질 사람부터 책임져야
물론 아시안게임 대표팀-올림픽 대표팀을 같이 이끈 김학범 감독의 경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달성하는 동시에 태국 U-23 아시안컵에서 전승 우승 및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달성했기에 황 감독의 발언은 변명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 역시 황 감독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단순 특정 대회에만 맞춰진 운영보다는 국가대표의 최상위 팀인 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까지 공유할 수 있는 철학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일본축구협회가 현재 그런 운영을 하고 있고, 실제 성과를 내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앞서 김판곤-홍명보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모조리 부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수순입니다. 책임질 사람은 정몽규 회장인데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뒤에 숨어있고, 심지어 정 위원장도 "책임지겠다"고 하면서도 아직 사퇴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몽규 회장은 사실상 4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물러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축구는 이제 본격적으로 암흑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축구는 어디까지 추락하게 될까요?☞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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