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Pick!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성인 페스티벌(Korea Xex Fantasy. 이하 KXF)이 결국 6월로 연기됐습니다. 지난 4월 20일 예정됐던 KXF가 각 지자체,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취소됐는데요. 이에 주최 측은 오는 6월 다시 시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됐던 KXF가 왜 이번에는 이토록 반대가 거셌을까요? 오늘 토마토Pick은 KXF와 관련해 정리해보겠습니다.
KXF, 결국 6월로 연기
“취소는 없다”
일본 성인영화(AV)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른바 '성인 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이 지자체 및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인해 결국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오히려 규모를 늘려 오는 6월 다시 열겠다고 밝혔는데요. 지난 21일 주최사 '플레이조커’는 "페스티벌에 참석하는 AV 배우 수를 2배로 늘려 진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주최 측은 배우 추가 섭외를 위해 여러 AV 배우 소속사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원래 해당 페스티벌은 이달 20~21일에 예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와 시민 단체 등의 반발로 행사 장소를 경기도 수원시, 파주시에 이어 서울의 한 선상 주점으로 장소가 변경됐지만 결국에는 연기됐습니다.☞관련기사
KXF 사건 전개 과정
원래 KXF는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리기로 했는데요. 개최 며칠 전 수원시에서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내렸습니다. 이후 주최 측은 여러 곳을 두드렸지만 모두 무산됐는데요. 그 과정을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1월4일: 한국성인콘텐츠협회-플레이조커, 수원메쎄에 KXF 행사 개최 예고
-3월12일: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 반발
-3월19일: 이재준 수원시장, 교육환경법 위반을 사유로 개최 반대. 수원시, 수원서부경찰서에 행사중지 및 협조 요청 공문
-3월29일: 개최지 수원메쎄, 주최 측에 대관 취소 통보
-4월4일: 주최측, 경기도 파주시 '케이아트 스튜디오' 섭외
-4월5일: 김경일 파주시장 "모든 행정력 동원해 행사 막을 것"
-4월6일: 케이아트 스튜디오, 개최 측에 대관 취소 통보
-4월12일: 주최측, 서울시 강남구 잠원한강공원 선상 주점 '어스크루즈' 섭외
-4월13일: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어스크루즈 운영사에 불법 행위 금지 통보 공문 발송
-4월16일: 주최 측,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에 행사 개최 예고. 조성명 강남구청장, 해당 상권에 위치한 식품접객업소 300여개소에 '식품위생법 위반행위 금지 안내' 공문
-4월20일: 주최 측, 행사 취소 공지
KXF 막은 지자체
적법한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시작된 KXF 행사 개최 논란은 정치권에까지 퍼졌는데요. 지자체장들은 여러 관련 법을 언급하면서 KXF 행사 취소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과연 적법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KXF 행사 개최는 불법이 아닙니다. 각 지자체가 억지로 각종 법안을 끌어왔지만 모두 규제 근거가 다른 이유는 이 같은 행사를 제지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수원시: 수원시는 KXF가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 9조에서 금지하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행위인 ‘은밀한 부분 노출 등 성적 행위가 이뤄지거나 유사한 행위가 이뤄질 우려가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이라고 판단했는데요. 행사장 인근에 서평초등학교가 있다는 것을 문제삼은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법 규정에 따르면, 규제 대상은 밀실과 샤워장 등을 갖추고 지속적인 영업을 하는 유사 성매매업소입니다. KXF와 같이 넓은 전시장 안에서 이뤄지는 1회성 공연이나 전시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해당 행사가 설령 백번 양보해 위법한 행위라고 할지라도, 지자체는 관계자 의견을 모두 듣고 법에 따라 행정을 해야 하는데, 일부 시민단체의 말만 듣고 행동에 옮겼습니다. 명백히 잘못된 행정입니다.
-파주시: 김경일 파주시장은 "그동안 성매매집결지(용주골) 폐쇄를 강하게 추진해왔는데 성인페스티벌로 시의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며 행사를 반대했는데요. 그러면서 "VIP 티켓의 경우 350만 원 정도 입장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유사 성매매가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는데요. 역시 적법하지 않은 행정입니다.
-서울 한강 '어스크루즈': 주용태 미래한강본부장은 하천법 및 유선 및 도선사업법을 금지 근거법으로 들었습니다 하천법 제33조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임대가 된다', 유선및도선사업법 제12조 제5항 제7조 '음란행위 등 공공질서와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건데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선상식당은 공공공간이고, 이런 성격의 공연이나 이벤트가 열린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금지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지난 2022년 비슷한 종류의 행사가 동일한 장소에서 국내 최초 합법 AV 제작사 MIB에 의해 이뤄진 바 있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서울 강남: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식품위생법을 근거법으로 들었습니다. 식품위생법 제44조 '일반음식점은 유흥업을 제공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요. 이 역시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에서 개최하는 것은 서울시가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했는데요. 따라서 조 구청장의 "행사 진행시 전기를 차단하고 폐업까지도 고려하겠다"는 발언은 명백하게 문제가 있습니다.
분노한 남성들
여성용 19금 공연 취소 요구
KXF가 취소되자 남성들이 분노하고 나섰는데요. 특히 지금까지도 수백회 이상 진행되고 있는 성인 여성용 공연에 대한 금지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비슷한 행사인 '미스터 쇼'나 '와일드와일드쇼', '치펜데일쇼', '더 맨 얼라이브 초이스' 등이 이름에 올랐는데요. 해당 행사들에서는 남성 출연자가 입은 속옷, 남성용 체취가 담긴 향수 등을 판매한다거나 여성 관객을 무대에 올려 신체 접촉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예비 신부, 유부녀에게는 할인 행사도 진행합니다. 같은 잣대로 이들 역시 금지시켜야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하지만 KXF 행사를 취소하는 것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듯이, 성인 여성용 공연 역시 취소할 법적 근거는 부족합니다.
"자극 조장" 대 "문화향유"
누리꾼들의 생각은?
그렇다면 KXF에 대한 누리꾼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찬반 입장을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찬성
-위법적 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행사를 금지할 명분이 없음
-문화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는 처사
-비슷한 류의 여성용 행사는 허용하고 KXF는 금지하는 것은 '내로남불'
-공권력에 의한 자유 침해, 사전 검열의 확대 가능성
△반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성폭력이며 남성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을 성착취하는 장에 불과
-KXF는 성인문화를 향유하는 행사가 아니라 자극적 성문화를 조장하는 행사
-AV 행사 개최가 남성의 권리와 본성,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것인지 의문
-성 인식 왜곡, 성범죄 유발 등 우려
또다시 젠더 갈등 비화
건전한 토론 문화 필요
결국 KXF는 일본 출연진들의 비자 문제로 애초에 개최될 수 없었던 행사였음이 최근 드러났지만 어쨌든 문제는 KXF에 대한 '찬반 논쟁'이 '젠더 갈등'으로 옮아 붙었다는 겁니다. KXF를 여는 것이 옳냐 옳지 않느냐는 내용의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다면 여성용 행사도 취소하라'는 취지의 소모적 논쟁으로 변질되고 있는는데요. 결국 논쟁의 본질은 'KXF가 올바른 성문화를 만들 수 있는 행사인가?'라는 건데, 이를 흐리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안을 '남성 대 여성'의 대결 구도로 해석하는 관점은 외려 성인 콘텐츠에 대한 진정성있는 토론과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관련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