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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각) 독일이 유럽 최초로 대마를 합법화했습니다. 이제부터 독일은 18세 이상 성인들은 최대 25g의 대마 소지와 3개의 대마 재배가 가능해지는데요. 2022년 태국에 이어 미국의 여러 주(州)도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습니다. 오늘 토마토Pick은 대마 합법화와 관련해 정리해보겠습니다.
독일, '유럽 국가 최초'
대마 합법화
지난 1일(현지시각) 독일이 성인의 대마 사용을 자율화 한 첫번째 유럽국가가 됐습니다. 전세계적으로는 9번째로 대마를 합법화한 국가입니다. 지난 2월 독일 연방의회는 마약법 개정안을 가결했는데요. 18세 이상 성인은 대마초를 최대 25g까지 개인 소비 목적으로 소지할 수 있고, 집에서 3그루까지 재배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공동재배 모임인 '대마초 클럽'에 가입하면 한 달 최대 50g까지 대마초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학교와 체육시설 100m 안에서는 대마초 소비가 금지되고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대마초 소지가 불가능합니다. 또 오후 8시 이전에는 보행자 전용 도로에서도 대마초를 피울 수 없는 등 일부 제한은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필요하면 법을 다시 손보기로 했습니다.☞관련기사
독일의 대마 합법화, 그 이유는?
독일이 대마를 합법화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대마초가 범람하는 가운데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대마초를 양지로 끌어올리면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 청소년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카를 라우터바흐 보건장관은 “대마초 합법화에는 암시장을 단속하고 어린이와 젊은층을 보호한다는 2개의 목표가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는데요. 그는 “현재 대마초 정책은 청소년을 포함한 소비자가 점점 늘면서 실패했다”며 “대마초를 금기의 영역에서 끄집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를 장관에 따르면 이미 독일 전체 인구(약 8500만명)의 5% 정도인 450만명의 독일인이 대마초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특히 지난 10년 동안 대마초를 소비하는 18~25세 인구가 100% 증가했습니다. 또 독일 정부가 대마초 합법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엔 경제적 고려도 포함되는데요. 지난 2021년 뒤셀도르프의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대마초 합법화로 독일 정부는 연간 47억 유로(약 6조8000억원) 세수 확보와 2만7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마 합법화 국가는?
대마는 크게 의료용 대마와 기호용 대마로 나눠집니다. 의료용 대마는 환각성이 없는 칸나비디올(CBD) 성분을 뽑아 뇌전증 등 일부 질환의 증상을 줄여주는 데 씁니다. 현재 영국·스위스·브라질 등 50여 개 나라가 의료용 대마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호용 대마는 마치 담배나 술처럼 오락용, 향락용으로 쓰여집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바로 기호용 대마 합법화인데요. 2014년 우루과이를 시작으로 캐나다, 멕시코, 몰타, 룩셈부르크, 조지아, 태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이 기호용 대마를 합법화했습니다. 미국은 국가 단위가 아닌 일부 주(州)에서만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와 주가 대마를 합법화한 이유는 대체로 독일과 비슷합니다. 기존 대마초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에 차라리 양지로 끌여들여 청소년을 보호하고, 세수를 확보하자는 취지인데요. 여기에 관광업에 의존하는 태국의 경우, 코로나 사태 등으로 침체된 관광사업을 다시 부흥시키려는 의도도 담겨있습니다.
대마 합법화 찬반 정리
대마는 다른 마약류와는 다르게 찬반 갈등이 오랜 기간 지속됐는데요. 각자의 입장을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대마 합법화 찬성
-대마 흡연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 존중 필요
-대마를 양지로 끌어올려 대마초로 발생할 사회적 문제를 미리 대처할 수 있음
-일자리, 세수 확대 등 경제적으로 도움
-대마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등은 오히려 술, 담배보다도 적음
-의학적 용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마를 사용할 수 있음
△대마 합법화 반대
-간접 흡연, 대마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증가 등 간접적인 피해 발생
-대마 합법화로 인한 단속과 교육, 시설 증축 등 오히려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 증가
-대마는 명백한 중독성, 의존성 약물이며, 영구적인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음
-대마보다 해악성이 약한 마약도 많아 대마만을 굳이 합법화하는 이유를 알기 어려움
-의료용 합법화 후 자연스레 오락용 합법화로 넘어간 사례가 많음
국내 상황은 어떤가
기호용 대마초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습니다. 사고팔거나 피우는 건 물론 가지고만 있어도 불법입니다. 대마초가 합법인 다른 나라에서 피우고 오는 것도 안 되는데요. 태국이 대마초를 합법화하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태국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처벌받는 사례가 종종 나왔습니다. 앞서 국내에서도 기호용 대마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대마초를 마약으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의료용 대마는 합법인데요. 2018년에는 마약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료용 대마 사용이 합법화됐습니다. 2020년부터는 정부가 대마 산업 육성을 위한 본격적인 방안 마련에 돌입했습니다. 2020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는 경북 안동시 임하면과 풍산읍 일대를 산업용 대마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고 2024년까지 산업화 햄프 재배, 원료 의약품 제조 및 수출 실증, 산업화 햄프 관리 등 3개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2025년 대마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0조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의료용 대마 시장은 연평균 22.1% 성장해 2024년 5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세계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태국, 규제 방향으로 선회
대마 합법 물결 일까
최근 태국 정부는 대마를 다시 규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막상 기호용 대마를 합법화하고 보니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컸기 때문인데요. 대마 접근이 쉬워짐에 따라 공중 보건이 무너졌고 치안 역시 불안정해졌지만 그 손실을 감수할 만한 경제적 이익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관련기사하지만 독일과 태국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미국, 캐나다처럼 자국 대마초 사용 인구가 급격히 늘고 영향력이 커지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합법화한 모양새입니다. 문제는 독일처럼 영향력 있는 국가의 결정은 다른 국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데요. 유럽연합(EU)은 독일의 이번 결정이 네덜란드, 체코, 룩셈부르크 등 대마 합법화를 추진하려는 다른 국가들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독일이 대마 공급·유통의 허브가 되어 다른 국가들에 대마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이번 행보가 국제 사회에 대마 합법화 물결을 일으킬까요?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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