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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 분위기로는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과 비슷하거나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헛발질을 총정리해드렸는데요. 오늘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입니다. 초반에 신선한 이미지로 돌풍을 일으키는 듯 했지만 그 신선한 이미지는 이미 약발이 끝났습니다. 마치 현장 곳곳에서 셀카놀이를 하다가 도끼 자루 썩는줄 모르는 동안 국민의힘은 나락을 향하고 있습니다.
한동훈의 화려한 등장
이젠 한동훈 약발도 끝나
한 위원장의 초반 컨벤션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여론조사를 보면 그 지표가 두드러지는데요.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6~17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의 정당지지도는 34.3%였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6.4%.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관련기사이후 지지율은 계속 상승해 올해 2월 17일~18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지’를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이 43.2%, 더불어민주당 41.7%로 제치기도 했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7.9%.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관련기사현재는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며 지지율이 정체 상태인데요. 오히려 조국혁신당의 상승세를 막지 못해 내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원인은 한 위원장에게 있습니다.
한동훈의 신선한 매력
시간 지나며 비호감으로 변해
한 위원장은 법무부장관 시절 과반의석을 차지한 제1야당과 대립하는 모습이 큰 호응을 얻어 대선주자급으로 발돋움했습니다. 특유의 화법과 강단이 인기를 끌면서 ‘한동훈 스피치’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정작 비대위원장을 맡은 후부터는 이런 면모들이 사라지고 있는데요. 한동훈 본인의 실패가 그 원인입니다. 무엇보다 깐죽거리는 듯한 말투는 야권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연상케하며 비호감 이미지를 착실히 쌓았습니다.
-비대위 인사 실패 :한 위원장은 운동권 청산의 상징으로 민경우 대안연대 상임대표, 박은식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 대표, 정청래 의원의 대항마로 '생선장수' 함운경 등을 영입했습니다. 그러나 민 대표는 노인비하발언, 박 대표는 여성비하발언 이력이 드러나면서 크게 비판받았습니다. 함 후보는 이변이 없는 한 정 의원에게 크게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국민추천제 :당이 강세인 지역구에 국민이 추천한 인사들로 꾸리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낙하산 공천’, ‘지역 주민들을 무시한 공천’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국민추천이라는 이름이 무색합니다.
-“(정청래 의원의 당선은) 어쩔 수 없지 않다. 이번 4월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김경율이 나서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 :당시 한 위원장의 발언은 마포구에 출마하려던 김경율 후보를 사실상 밀어주는 행위라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시스템 공천을 선언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 문제였습니다.
-“전후 과정에 분명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논란과 관련한 발언으로,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과 함께 윤-한 갈등 1라운드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결국 한 위원장은 90도 인사, 김 위원은 출마 철회라는 쓴맛을 봐야 했습니다.
-“일베 출신 누구 있냐”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도태우 변호사와 관련한 극우인사 공천 논란 당시 이처럼 말했습니다. 그러나 도 변호사가 자신의 SNS에 과거 일베 게시글을 공유하고, 과거 5.18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 전두환 군부독재를 두둔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게 재발굴되면서 당은 물론 한 위원장도 체면을 구기게 됐습니다. 결국 공천을 철회했습니다.
-“(공천이) 조용한 게 감동이다” :당의 공천 상황에 대한 발언. 그러나 이후 이철규 국민추천제나 비례정당 후보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며 이러한 자평이 무색해졌습니다.
‘여의도 사투리’ 안 쓴다더니
현지인 다 된 한동훈
한 위원장은 위원장 초기 ‘여의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고 표방한 바 있습니다. 뻔한 정치권의 다툼에서 탈피하겠다는 시도였는데요. 막상 정치권에 들어온 후의 발언들은 기성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구에 “정치적 출생지”, 충청에 “어릴적 충청인” :한 비대위원장은 1월 전국을 돌며 소통 행보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공약이나 선거전략보다 지역 공감대, 친밀감에 호소한 발언들은 그가 ‘여의도 정치인’의 언어를 쓰기 시작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전국 8도를 고향이라고 할 기세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 :그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인 이재명 대표 대장동 특혜 의혹, 통합진보당 이야기는 자주 꺼내며 야당 비판용으로 삼으면서 자신이 직접 단죄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 제스춰를 취하며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차라리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안만나는 게 나았을 겁니다.
-“공수처는 즉각 (이종섭 주호주대사를)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 :이종섭 대사 논란과 관련해 뒷북을 쳤습니다. 도피성 대사 임명에 대해 국민적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태도를 바꾸었는데요. 국민들 눈에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으로 보이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법무부 장관 시절 돈 봉투 의혹을 받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마음이 급하시더라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잘 응하면 될 것 같다”고 한 발언이 주목되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실현 가능성은 있나
남발한 공약들
한 위원장은 총선 과정에서 여러 공약들을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치개혁이 포퓰리즘이면 기꺼이 포퓰리스트가 되겠다’고도 했는데요. 뚜껑을 열어보니 실현 가능성이나 성과가 모호한 공약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출판기념회 형식을 빌어 정치자금을 받는 것을 근절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한 발언이었으나, 이미 공직선거법상 출판기념일 시한이 지나 무의미한, 홍보용 공약이라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총선 후 국회의원 250명으로 감축 1호 법안 발의”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월 국회의원 수를 감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그의 제안은 ‘줄여야 하는 것은 의석이 아닌 국회의원의 특권’이라는 점에서 맞지 않고, 국민들의 정치 혐오게 기댄 반정치적인 포퓰리즘 공약으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 :정부여당이 주장했던 서울 메가시티를 다시 꺼내면서 나온 발언으로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고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야권 비난에 몰두한 언어
비꼬고 야유하는 언어의 한계
‘여의도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겠다던 한 위원장의 발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서고 있습니다. 특히 이종섭 주호주대사 논란 때는 ‘기승전민주당’으로 끝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발언 중 대다수가 국민의힘과도 무관치 않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에는 혹시 음주운전 가산점 같은 게 있냐”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일부가 음주운전 전과가 있음이 드러나자 이를 조롱하며 한 발언입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도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인사가 여럿 드러나면서 자아비판을 한 셈이 됐습니다.
-“오랫동안 거의 '몸종'처럼 공직자를 부려 먹으면서…”, “이 대표의 민주당은 명백히 통진당화 되어가고 있다” :야당을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한 위원장의 발언에 담긴 팩트가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 메시지의 성격이 한국 정치를 타락시킨 주범으로 손꼽히는 3류 정치 유튜버들 수준의 공격, 조롱, 야유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답은 공수처와 민주당이 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할 게 아니다” :이종섭 대사 복귀 후 발언. 채 상병 수사 관련 의혹 등 본질적으로 해결된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마치 이 대사 귀국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듯이 오만한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 끝나
지워진 한동훈, 뜨는 윤석열
무엇보다 한 위원장 등장 이후 총선 구도는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부각되며 국민의힘이 다소 우세한 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여러 실책에 미온적이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총선 구도는 '윤석열 심판'으로 변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부상하면서 한동훈이 지웠졌고, 매일 사고를 치고 다니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상하면서 한동훈은 사라졌습니다. 한 위원장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윤석열 정권 심판'이 강해진 총선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인기에 도취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셀카놀이'를 하다가 지지율 폭망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만난 한 위원장은 이 국면을 타개할 '정치력'이 있기나 할까요? 검사와 정치인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직 선거가 보름 남았으니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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