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내분이 점입가경입니다. 독단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임명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선수들간 분란을 만들어놓은채 뒤로 빠졌고, 클린스만 전 감독과 수석코치는 "손흥민과 이강인 싸움이 아시안컵을 망쳤다"며 정신이 나간듯한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손흥민과 이강인 팬들은 각각 SNS에 악플 테러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토마토Pick은 손흥민-이강인의 다툼과 그 이후 상황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상초유' 손흥민-이강인 다툼
더선 단독보도
지난 14일(현지시각) 영국 대중지 더선(The sun)이 아시안컵 기간 중 한국 축구대표팀 내부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고 단독 보도했는데요. 매체에 따르면 한국과 요르단의 아시안컵 4강전을 하루 앞둔 저녁식사 자리에서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주장 손흥민이 식사 자리는 팀 단합의 장이라고 강조한 것과 달리 이강인 등 막내급 선수들이 식사 자리를 떠나 탁구를 쳐서 이들간 언쟁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고, 팀내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듯 7일(한국시각) 요르단전 당시 축구대표팀은 역대급 졸전을 펼치며 탈락했습니다.
축구협회의 이상한 ‘즉각 인정’
정몽규의 여론 물타기?
'손흥민-이강인 내분설'이 전세계적으로 퍼지자 국내 언론이 대한축구협회에 확인을 요청했는데요. 이례적으로 축구협회는 이들의 갈등을 즉각 시인하고,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 상황까지 설명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강인과 손흥민의 갈등은 사실이었으며, 클린스만 감독은 먼발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볼 뿐 별다른 후속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손흥민-이강인 갈등'을 인정한 그 시기가 클린스만 감독과 그를 선임한 결정권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타이밍이라는 건데요. 졸전 이후 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정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자 별다른 대응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축구협회가 선수간 갈등에 대해서는 발빠르게 사실을 시인하고, 추가로 구체적인 설명까지 한 부분은 그 의도가 좋지 않음을 드러냈습니다. 이 때문에 여론의 '정몽규 퇴진론'을 '선수들 내분'으로 쏠리게 하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한 매체는 선수단 불화 소식의 제보자는 클린스만이나 정몽규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감독 경질하고 사퇴 거부한 정몽규
축구협회가 정말 최악인 이유
이번 축구협회는 역대 최악의 축구협회로 꼽힐 수 있겠는데요. '손흥민-이강인 내분설'이 점차 심화되며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6일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사퇴 요구 여론에 대해선 정면으로 거절했습니다. 그 외 어떤 이유가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선수 보호 및 관리 문제: 축구협회라는 타이틀을 달고 선수를 보호하긴 커녕 사지로 내몰았습니다. 라커룸 내 갈등 상황을 순식간에 인정해버리는 축구협회는 전 세계에서 대한축구협회 뿐일 겁니다. 라커룸 내에서 발생한 일은 라커룸에서 마무리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2023년 승부조작범 기습사면 시도 등 대한민국 축구를 전혀 관리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책임지지 않는 행보: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정 회장의 독단적인 선택으로 알려졌는데요. 심지어 최근 클린스만 인터뷰에 따르면 농담처럼 한 말을 듣고 정 회장이 감독직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을 경질하면서도 자신의 사퇴 여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표팀 내분설이 본격화되자 이에 대한 사과나 발언도 없이 숨어버리며 협회 회장이자 총 책임자로써 말도 안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이강인은 정말 주먹을 휘둘렀나?
현재까지로는 사실로 볼 수 없어
일단 이강인이 손흥민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후속보도 등을 종합해볼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외 여러 정황만 있을 뿐, 팀내 고참급 선수들이 '이강인을 선발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주장한 것이나, 이강인이 '국가대표를 포기하겠다' 등과 같은 커뮤니티발 '카더라' 대부분은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이강인이 '주장(캡틴)' 손흥민에게 대들었다는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강인이 서양권에서 자라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서양에서는 주장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장한테 덤볐다가 본인 커리어가 꼬이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요. 이강인처럼 나이 어린 선수가 아닌 나이가 많은 고참급 선수가 이강인처럼 행동했어도 그 비판은 동일하게 받았을 거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강인이 대표팀에 입힌 피해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은 앞서 했으니 이제는 선수 개인에 대한 비판을 해보겠습니다. 아무리 미래가 유망한 젊은 축구선수라고 하더라도 주장에 대한 항명은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먼저 멱살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멱살을 잡게 된 이유가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탁구치는 걸 그만두라는 주장의 권유에 이강인이 반항했기 때문이었고, 이런 반항을 그냥 용인하고 방치하는 순간 팀의 규율이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이강인의 이번 항명 사태로 대표팀이 입은 피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대표팀 명예 추락: 이강인의 항명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면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명예는 그야말로 곤두박질쳤습니다. 해외 유명 매체들은 내분설을 연일 퍼나르면서 조롱했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 언론은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항명한 것은 알바레스가 메시에게 항명한 것과 같다"며 비판했습니다.
-원팀, 사실상 불가능: 이강인과 손흥민은 이제 더이상 같은 팀에 있기 힘들어졌습니다. 비단 손흥민과 이강인 뿐만 아니라 황희찬, 김민재 등 다른 선수들도 이강인과 불편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만일 이강인이 대표팀에 소집된다면, 이강인은 겉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끈끈한 조직력'이 강점인 국가대표팀에 더이상 원팀은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이강인은 당분간 또는 영구히 대표팀 차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손흥민 리더쉽 흠집: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의 주장인 손흥민 리더쉽이 도마에 오르게 됐습니다. 유망주 한명 제어하지 못하는 주장을 선임한게 아니냐는 건데요. 물론 최종 책임은 클린스만과 축구협회에게 있지만, 손흥민의 리더십에 의심의 눈초리가 가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17일(현지) 영국 매체 '풋볼 런던'에 따르면 소속팀인 토트넘의 포스테쿠글루 감독은 "쏘니가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리더십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며 "리더십은 인기를 얻고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 발견했을 때 그룹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맞서는 것이다. 난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칭찬했습니다.
이강인, 대표팀-광고 퇴출되나
과거 인성 재조명
이번 사태로 이강인 선수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후속 조치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대표팀 미소집: 정몽규 협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면서 손흥민과 이강인 징계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정 회장은 "지금으로선 대표팀에 소집하지 않는 것말고는 징계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국가대표팀 경시하는 이강인: 특히 이강인 선수가 국가대표팀 선수를 '안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센데요. 국가대표팀 선수로 선발되었기 때문에 병역혜택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을 경시하는 발언이라며 병역혜택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손흥민 선수가 평소 국가대표팀 선수로서의 자긍심을 여러차례 밝힌 것과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이강인 광고 철수: 광고계도 이강인을 정리하는 수순인데요. KT, 넥슨, 파리바게트 등 다수 기업 광고 포스터가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라치치킨은 광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과거 인성 재조명: 아울러 이강인의 과거 인성 논란이 재점화됐는데요. 이강인은 과거 거침없는 언행으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선배에게 경기중 정색하며 짜증을 내거나 욕설이 섞인 막말을 했다는 일화, 당돌한 성격 때문에 선배들에게 '막내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는 일화 등은 이미 유명합니다. 또 이강인의 전 소속팀인 발렌시아와 마요르카에서도 인성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파울로 벤투 감독 재평가: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은 이강인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론의 비판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강인 사태로 벤투 감독의 선수 기용이 수긍이 간다는 재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신나간 클린스만-수석코치
“손흥민-이강인이 다 망쳤다”
이 와중에 클린스만과 그 사단은 손흥민과 이강인에게 책임을 돌렸는데요. 클린스만 감독과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는 "손흥민-이강인 다툼 때문에 아시안컵 다 망쳤다"며 정신이 나간 듯한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할 일을 제대로 안했다고 광고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이유가 더 명백해졌습니다.
정몽규 사퇴-이강인 징계
투트랙으로 진행돼야
지난 2010년 프랑스대표팀에서는 선수들 간 파벌과 왕따 등 심한 내홍을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 축구협회장과 감독은 국회 청문회까지 끌려갔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축구계를 망친 이들을 전부 제거했습니다. 이후 프랑스 대표팀은 극적으로 갱생, 8년 뒤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충분히 본받을 만한 사례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미국으로 도망가버려 청문회까지 끌고 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정몽규 회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여전합니다. 이와 별개로 축구라는 종목이 '팀경기'. '단체경기'라는 점에서 이강인에 대해서도 별도의 징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합니다. 주장의 공적인 지시를 무시한 선수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는다면 향후 국가대표팀은 꾸려지기도 힘들고, 경기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기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 경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No player is bigger than the 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