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가 또다시 위성정당을 들고나왔습니다. 민주당에서는 20대 총선 당시 공식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별개로 만들었지만 사실상 민주당 2중대였던 열린민주당처럼 21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조국신당과 송영길신당 등 민주당 2중대 정당이 만들어졌습니다.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산으로 보내버린 준연동형비례제가 후진 한국 정치의 자화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오늘 토마토Pick은 4년 만에 돌아온 위성정당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위성정당이란?
통상적으로 위성정당은 일당제가 아니지만 사실상의 일당제 체제인 국가에서 구색 맞추기용으로 만든 정당을 뜻했습니다. 관제(官製)야당이나 구색정당으로도 불렸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전두환 정권 때 안기부 등 정부기관의 지원으로 창당됐던 민주한국당·한국국민당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전두환씨는 “우리나라에 야당은 없다. 1대대당, 2중대당, 3소대당이 있을 뿐”이라고도 표현했는데요. 현재까지도 정치권에서 쓰이는 ‘2중대’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2020년에 부활한 위성정당
과거 위성정당과 같은점-다른점
2020년 지난 21대 총선에서 등장한 위성정당은 기존 위성정당과는 다릅니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전두환 정권 당시 민한당과 국민당은 위성정당 소리를 들었지만 '그래도 독자적 정당'이었습니다. 하지만 21대 총선에 등장한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대놓고 위성정당'이었고, 실제로 선거가 끝나자 합당절차를 거쳐 하나의 정당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미래한국당 :준연동형 비례제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야권 4당과 연대해 법안 통과를 강행하자 비례제용 정당, 즉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습니다. 미래한국당은 21대 총선에서 19석으로 가장 많은 비례의석을 확보했으며 총선이 끝난 지 한 달만인 5월 27일 미래통합당과 합당했습니다. 기존의 병립형으로 가져갈 수 있는 비례의석을 고스란히 가져갔습니다.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창당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입니다. 미래한국당과 달리 범진보정당의 플랫폼을 표방했으며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이 이에 함께했습니다. 그 결과로 양당은 각각 용혜인·조정훈 의원을 당선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더불어시민당이 획득한 비례의석은 총 17석이며 용혜인·조정훈 의원을 제명시켜 각 당에 복당하도록 했으며, 나머지 시민당 의원들은 5월 18일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으로 민주당 소속이 됐습니다. 소위 범진보 세력을 아우르는 정당이었지만 미래한국당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습니다.
4년만에 돌아온 위성정당
오는 4월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4년전 행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제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인데요.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 의석이 많을수록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때문에 당시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비례의석 확보를 위해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는 정당을 새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난 총선부터 병립형 비례제를 요구했고 연동형 비례제를 거부한 만큼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제가 바뀌지 않을 경우 위성정당을 다시 만들겠다고 일찌감치 천명했습니다. 이미 ‘국민의미래’(가칭)를 창당하기로 했으며 오는 23일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를 결정하면서 민주당도 위성정당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21대 총선의 더불어시민당과 비슷한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할 계획인데요. 민주당과 새진보연합(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열린민주당), 진보당, 시민단체 연합정치시민회의 등이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지역구를 놓고 이견이 돌출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위성정당 문제’ 공감대
그런데 왜 돌아왔나
위성정당 문제는 사실 지난 21대 총선 때 대두되는 순간부터 비판이 컸습니다.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보장하고, 득표수대로 의석수가 할당되게 하려는 제도가 거대양당의 의석수 경쟁의 희생양이 됐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이전부터 준연동형 비례제를 거부했고, 22대 총선에서도 현 제도대로 선거를 치를 시 위성정당을 또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적어도 태도나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다. 문제는 민주당입니다. 민주당은 대선에 앞서 위성정당 방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약속한 바 있는데요. 여타 많은 법률안은 국힘당 반대에도 단독으로 밀어부치고 처리하면서 위성정당방지법을 만드는 데는 국힘당 반대를 핑계삼아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자기 당 의원이 발의한 위성정당방지법도 외면하고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과반의석을 보유하고, 위성정당 방지를 약속한 제1야당이 오히려 위성정당 신설을 당론으로 채택하니 막을 방도도 없었습니다. 준연동형제 취지를 살리는 의미에서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성한다며 여러 당을 끌어들였지만, 더불어시민당도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등 원외 소수정당이 합류했던 것을 상기한다면 옹색하게만 들리는 주장입니다.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제를 주도하고, 이번에는 선거제를 개혁하지 못한 민주당은 위성정당 부활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다당제 위한 준연동형제
현실은 양당제 가속화
준연동형제의 취지는 득표율과 실제 의석 간 간극을 메우는 것으로,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이 목적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은데요. 민주당은 진보성향 정당들을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빅텐트 아래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단 빅텐트 아래 소수정당에게 몇 석이나 돌아갈지 의아한 대목입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획득했고 이중 타 소수정당 몫은 단 2석이었습니다.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제를 통해 소수정당이 얻은 비례의석은 47석 중 단 13석(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과연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여야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이를 제재할 제도적 수단 역시 전무합니다. 21대 총선처럼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과연 준연동형제가 소수정당 권익에 보탬이 되는지, 오히려 그 수를 제한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위성정당 아닌 제3지대 정당
준연동형제가 유지되면서 제3지대 신당도 의석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제3지대 신당 중에서도 총선 이후 민주당에 사실상 합당되거나 민주당 위성정당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사실상 위성정당'도 등장했습니다. 여타 정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개혁신당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들이 창당한 당인데요. 이원욱 의원은 “통합된 개혁신당에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다”며 “위성정당은 위성정당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가짜 정당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거대양당 꼼수 정치의 상징”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인데요. 현재 원내 정당 중 비례의석만을 위한 위성정당에 선을 그은 유일한 정당입니다.
-녹색정의당 :정의당이 주도한 선거연합정당으로, 정의당은 지난해부터 진보당 등 여러 정당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실질적으로 녹색당만이 참여했습니다. 이후 녹색정의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인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라는 러브콜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습니다. 다만 민주당과 지역구 연대는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심상정 의원의 경기 고양갑 지역구처럼 녹색정의당 후보가 경쟁력이 있는 지역구에서는 선거 연대 등으로 민주당과 협력한다는 구상입니다.
-새진보연합 :기본소득당이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과 함께 만든 선거연합정당입니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비례위성정당으로, 민주당의 민주개혁진보연합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조국·송영길 신당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언한 신당입니다. 현재까지 지역구, 비례 중 어떤 형태로 총선에 나설지는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으나, 창당 준비 과정임에도 민주당 비례위성정당과의 합류 여부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분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