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반도’ 이정현 “서대위와의 숨겨진 얘기 다뤄졌으면”


“‘부산행’ 너무 재미있게 봤었는데, 연상호 감독 출연 제의 놀랐다”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8-03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너무도 작고 조그만 체구다. 하지만 그를 보면 강하고 또 강해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영화 꽃잎에서 마음이 아픈 소녀로 출연했기에 이후 그에겐 범상치 않은 배역만 왔던 것일 수도 있다. 사실 꽃잎의 연기를 보면 지금도 입에서 입으로 배우 이정현의 시작을 놀라워하고 찬사를 보내는 주변의 칭찬을 들을 수 있다. 무려 24년 전의 일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반도속 여전사 이정현의 존재는 이미 대안이 없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연상호 감독은 다른 배역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민정역에 이정현 외에는 달리 어떤 배우도 차선책으로 놓고 저울질하지 않았단다. 한때 영화계를 떠나(?) 가요계에서 전사로 활동해 왔다. 떠났단 표현이 맞지는 않지만 너무도 연기가 고파 무대를 택했던 이정현이었다. 돌고 돌아서 이제 스크린의 전사로 컴백했다. 24년 전 소녀의 모습은 이제 한 남자의 아내로서 또 작품 속에선 지켜야 할 사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존재하는 전사이자 엄마 이정현이 됐다. ‘부산행의 열렬한 팬이었던 이정현이 반도의 중심이 될 것이란 꿈을 꿔봤을 리 없다. 그런데 꿈이 현실이 됐으니 이정현으로선 얼마나 행복하고 또 즐거웠겠나.
 
배우 이정현. 사진/NEW
 
100억대 이상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영화는 2017군함도이후 3년 만이다. 2018두번할까요에서도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언제나 이정현은 강인하고 쎈 역할에서 존재감을 발휘되는 모습을 선보여 왔다. 우선은 개봉 첫날부터 코로나19’ 이후 개봉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도 반도신드롬이 이어졌다.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재미있는 영화다. 많이 보러 와 달라고 말씀 드리기가 너무 죄송해요. 아직은 상황이 좋아졌다고 말씀 드릴 수도 없으니. 그래도 어려운 시기이고, 또 멈춰있을 수는 없잖아요. ‘반도가 한국영화 전체에 힘을 좀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저로서도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스코어가 잘 나오고 흥행이 잘 되고는 사실 제가 걱정할 지점은 아닌 거 같아요.”
 
한국 영화 사상 최고 관객을 동원한 명량에서도 이정현은 등장했다. 앞서 전한 군함도에서도 이정현의 자리는 확고했다. ‘반도 1000만 흥행작 부산행의 세계관을 공유한단 설정에서부터 출발했다. 기획단계부터 이슈와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 중심에 누가 설지는 대중들이 가장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선택된 배우는 강동원과 이정현이었다. 이정현은 너무 놀라웠다고 웃는다.
 
배우 이정현. 사진/NEW
 
“‘부산행을 너무 재미있게 봤었기에 후속편을 저도 기대를 했었죠. 순전히 팬심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연상호 감독님에게서 저랑 영화 하셔야죠란 연락을 받고 너무 놀랐어요. 그냥 무조건 좋죠라고 했죠(웃음).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는데, 제가 너무 즐겁게 할 수 있는 배역이겠다 싶었죠. 민정이란 인물과 그 상황이 쏙쏙 들어왔어요. 그냥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이 영화에?’란 생각뿐이에요(웃음)”
 
워낙 가녀린 체구 탓에 이정현에게 반도의 격렬한 액션은 무리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물론 충무로 영화인들에게 이정현의 악바리정신은 유명하다. 그는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이 보통을 넘어섰다. 영화에선 쉽게 들고 뛰지도 못할 총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은 물론 격렬한 육체 액션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정현의 철저한 사전 준비도 있었지만 현장의 대응이 남달랐다고.
 
감독님이 정말 욕심이 많으셔서 별의 별 거를 다 시키셨어요(웃음). 물론 촬영 전에 액션 스쿨에서 많이 준비를 했죠. 총 들고 뛰고 총 다루는 것부터. 그런데 현장에선 되게 짧게 짧게 찍고 빠지고를 반복했어요. 그게 다 절 배려해 주신 것이었죠. ‘좀 부족한 거 아닌가싶었는데 짧게 짧게 찍은 걸 현장에서 탁탁 잘라서 붙여서 보여주시는 데 감탄 밖에 안나왔어요(웃음). 정말 머리 속에 전체를 다 그리시고 필요한 분량을 초단위로 찍으시더라고요.”
 
배우 이정현. 사진/NEW
 
그가 놀랐던 것은 점점 더 바뀌어 가는 현장의 첨단 시스템이었다. 그는 과거 필름 시대부터 활동해 온 정말 경력이 오랜(?) 선배다. 오래된 선배란 말에 부끄러운 듯 웃으면서도 이번 반도현장에서 경험한 첨단 시스템은 데뷔 24년 차의 이정현에겐 신세계였다고. 텍스트로만 다가왔던 폐허가 된 대한민국의 모습도, 끔찍한 좀비 군단의 모습도 CG로 만들어 내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고.
 
과거에 박찬욱 감독님과 파란만장을 찍을 때와 비교하면 뭐 비교 자체가 안되죠. 우선 예전 감독님들은 현장에서 되게 예민하세요. 당연하죠. 수백 명의 스태프를 통솔하고, 또 시간이 돈이었던 시절이니. 지금은 현장 편집 시스템이 도입되고, CG 1년 전에 이미 기본적인 그림을 완성시켜 놓으셨더라고요. ‘군함도때도 보조 출연하시는 분만 100명이 넘었고, 동선 맞추는 것만도 엄두가 안났는데, 이번에는 정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걸 보고 좋은 세상이구나싶었죠(웃음)”
 
이런 현장에서 상대 배우인 강동원과의 작업은 이정현에겐 신기하면서도 낯설고 또 즐거운 추억이 됐다. 여배우들에게도 스타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는 강동원과의 작업은 이정현에게도 기대감이 컸다. 강동원이란 이름 석자에 이정현도 우선 얼굴에 홍조를 띠며 즐거워했다. 영화 속 강인한 모성을 드러낸 민정이 아니라 팬심 가득한 이정현이 됐다.
 
배우 이정현. 사진/NEW
 
대한민국 여성 모두의 왕자님 아닌가요(웃음). 처음 봤을 때 사람인가싶을 정도로 멋지더라고요. 이래서 다들 강동원 강동원 하는구나싶었죠. 같이 작업을 해보니 정말 너무 예의 바르고, 또 너무 착해요. 무엇보다 그냥 영화만 생각해요. 하하하. 이 말은 해도 되나. 가끔씩은 저렇게 일만 생각하니 연애를 못하나싶기도 했죠. 굳이 단점이라면 동원씨가 너무 쑥스러움을 많이 타요. 근데 또 개구쟁이일 때는 너무 유쾌하고. 진짜 톱스타로서의 의식은 1도 없어요.”
 
혹시 완성된 영화의 결과물에 아쉬운 점은 없을까. ‘반도를 보면 이정현이 연기한 민정과 그의 두 자녀로 준이’ ‘유진그리고 631부대와의 관계가 궁금해 진다. 특히 영화 속 631부대 대장인 서대위(구교환)와의 미묘했던 관계가 주목되기도 한다. 이정현은 민정과 서대위와의 관계가 있긴 하다고 의미 심장한 얘기를 전했다. 만약 부산행세계관이 확장된 또 다른 얘기, 반도의 후속편이나 프리퀄 스토리가 나오면 다뤄봄직한 얘기가 같았다.
 
배우 이정현. 사진/NEW
 
민정의 가족과 631부대의 관계가 당연히 있죠. 사실 전 예전에도 그렇고 제 배역에 대한 스토리를 감독님에게 많이 물어봐요. 당연히 그래야 하고. ‘명량에서도 제가 말을 못하는 인물이잖아요. 일본군에게 잡혀서 겁탈을 당하기 전에 반항을 하니 혀가 잘렸다. 이런 숨은 설정을 갖고 출발했었고. ‘반도에서도 그런 설정이 있어요. 631부대원 중에 황중사와 서대위가 대립하는 데 사실 전 서대위가 좀 짠하기도 했어요(웃음). 혹시 만약에 반도의 프리퀄이 나오게 되면 631부대와 민정의 가족 그리고 그에 얽힌 다른 얘기가 좀 나왔으면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아마 또 다른 색다른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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