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규제의 늪)①벼랑 끝 대형마트…"더 커진 고용불안"


오프라인 유통업 버티기 사활…"사상 최악의 위기상황"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3-26 오전 11:11:05

[뉴스토마토 김유연 기자]봄기운이 완연해졌지만 유통업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장기 불황, 이커머스 성장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비 위축, 임시 휴업, 단축 영업 등이 이어지면서 대형마트들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유통기업의 채용 규모도 예년보다 줄어들거나 미뤄지는 등 한동안 고용불안이 이어질 조짐이다. 
경기 수원의 한 대형마트 입구에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구가 내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업계 및 전자금융 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달 총매출액은 1조1345억원으로 전월 동기대비 23.3% 감소했다.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의 2월 한 달 매출액 손실만 수천억원에 달할 정도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방역 활동 등으로 매장이 휴점하는 일이 잦아지면서부터다. 두 달간 주요 유통업체들이 휴점한 사례가 100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규제완화'을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꼽는다. 최근 생필품 대란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불편을 겪어야 했던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한시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규제완화를 통한 연간 5조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로 신규 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 트렌드가 이동하면서 고사 위기에 몰렸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온라인 배송 금지 같은 규제를 풀어줘야 숨통이 트인다"라고 호소했다.

위기의 오프라인… 구조조정 '신호탄'
 
현재는 2012년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연면적 3000㎡ 이상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공휴일 중 매월 2회)을 지켜야 한다. 의무휴업일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영업시간 규제도 있어 오전 0~10시엔 영업을 할 수 없다. 대형마트가 주변 상권을 위축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이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들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힘을 받았지만, 2012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대형마트 수는 출점 제한 등으로 급격히 줄었고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했다. 
 
또 정부의 취지와 달리 대형마트에서 발길을 돌린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결국 대형마트 성장세는 꺾였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각종 규제 강화 움직임에 고사 지경에 직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매장 휴무일에는 온라인 주문에 대한 배송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온라인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힌 유통업체들은 결국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대형마트 3사와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떠난 직원 수는 27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악의 경영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용 감소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등 700여 개 점포 중 30%를 정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롯데쇼핑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1979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여파로 롯데에서만 총 5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없어질 전망이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지난해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1507억원으로 전년보다 67.4% 감소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잡화점 '삐에로쇼핑'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외 ‘부츠’, ‘일렉트로마트’ 등 다른 브랜드도 효율이 낮은 점포 문도 닫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의무휴업 규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급격히 넘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오프라인 업체에만 신규 출점 제한, 의무휴업, 의무휴업일 배송 제한 등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면서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온라인 시장 규모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뛰어넘었다"면서 "규제 완화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들을 통해 소비 심리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라고 말했다.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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