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키운 BOE, LG밟고 삼성 넘본다


“하이디스 기술로 LCD 이어 OLED까지…무대책 매각으로 위기 자초”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2-08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미래를 무시한채 국내 기업을 매각한 채권단의 무책임한 행동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10여년전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업체 하이디스를 인수했다가 핵심기술만 가져가고 버린 중국 BOE가 LCD 시장을 넘어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주하고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권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바치다 시피한 기술에 중국 정부의 막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까지 등에 업은 BOE의 거침없는 공세는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재차 보여주고 있다.
 
7일 디지타임스, GSM아레나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BOE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를 눌렀다.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화웨이 메이트 프로 20 패널의 주요 공급자가 되면서다. BOE는 화웨이의 이전 모델 메이트 10의 6인치 OLED 패널도 공급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BOE가 수율개선과 중국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 구조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BOE의 플렉시블 OLED 패널 시연. 사진/CCTV, BOE 홈페이지
 
BOE가 OLED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BOE는 업계 추산으로 매출의 3%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받았다. 이는 매 분기 약 10억위안(1660억원)이 넘는데 정부 보조금을 제외하고 나면 BOE는 손익분기점에 겨우 도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수준이다.
 
한국 업체들로부터 기술력을 빼앗아간 점도 빠른 성장의 배경이다. BOE가 대형 LCD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업체들이 없었다면 이뤄지기 어려운 성과였다. 2003년 당시 하이닉스의 LCD 사업부인 하이디스는 국내 기업에 팔리지 못하고 BOE의 품에 안기게 됐다. 본격적인 LCD 양산 체제를 갖춘 BOE는 2006년 하이디스를 부도내고 직원들을 내쫓은 다음 한국에서 철수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를 키운 건 역설적이게도 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BOE의 하이디스 인수가 LCD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BOE가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하이디스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OLED 투자에 나섰던 200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대규모 인력 유출이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톱텍이 중소형 OLED 패널 3D 흡착공정 기술, 즉 갤럭시 엣지가 적용된 곡면 OLED 제조 기술과 장비를 BOE에 유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과 인력 유출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다. 기술을 빼돌린 정황 증거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개개인의 이직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BOE의 중소형 OLED 기술력은 예의주시할만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 DSCC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BOE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패널 수율이 30%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3분기 BOE의 중소형 OLED 수율이 10%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한 분기 만에 3배를 끌어올린 셈이다. 올해 3분기에 수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업체의 수율이 연말 80% 초반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충분히 위협적인 수준이다. OLED 출하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 평균 월 12만5000대에 불과하던 출하량은 4분기에 100만대로 증가했다고 DSCC는 분석했다.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업계 1위 삼성디스플레이의 발끝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설명이다. DSC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160달러 수준이었던 BOE의 생산원가는 4분기 80달러 이하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원가는 60달러에서 80달러 사이였다. 이마저도 올 연말이면 BOE가 따라잡는다는 관측이다. 
 
BOE는 중소형 OLED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끊임없이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청두에 위치한 B7에서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멘양의 B11은 올해 상반기부터 가동될 예정이며, 지난해 말 건설에 들어간 충칭 B12는 2021년쯤 완공 예정이다. 최근에는 네 번째 중소형 OLED 공장인 푸저우시 B15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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