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KSM, 스타트업 견실한 상장사로 키우는 플랫폼"


이효정 한국거래소 성장기업부장 "초기 기업 데스밸리 통과 돕는 조력자 역할 최선"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1-31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너희는 천재 갖고 축구하다가 결국 무너질 거야. 차범근, 박지성 같이 가끔 태어나는 천재로. 시스템이 있어? 환경이 있어?"
 
유명 해설자가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그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에 관해 얘기하면서 일본 기자에게 자신이 들은 이 말을 전했다.
 
아시아의 강자란 우물 안 개구리라 세계무대에 나가면 늘 고전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핵심 선수 한둘이 빠지면 속절없이 무너지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다.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한 유소년이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환경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선수가 많으면 스타플레이어가 쉴새 없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한국은 스타플레이어가 하늘에 떨어지기만 바라는 쪽에 가깝다.
 
국내 경제와 자본시장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나 성장과 활성화의 새로운 동력이 될 기업이 나타나길 갈망하지만 육성을 위한 지원은 부족하고 성장에 필요한 환경은 열악하다. 그렇다 보니 스타트업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사라지기 일쑤고 늘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KRX 스타트업 시장(KSM)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 생태계와 자본시장이 건전한 발전을 지속하는 밑거름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KSM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의 이효정 코스닥시장본부 성장기업부장을 만나 스타트업의 성장과 지원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효정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성장기업부장.사진/한국거래소
 
KSM이 개설된 배경과 목적 등에 대해 설명해달라.
 
KSM은 모험자본시장 육성과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하는 시장이자 플랫폼이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 후 3년 내 생존율은 38%로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그만큼 성장 단계(스케일 업)로 진입하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KSM은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는 많은 초기기업이 자금조달과 시장진입 등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비를 맞는 데스밸리를 어떻게 하면 통과할 수 있게 할 것인가란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모험자본의 선순환 필요성도 이유 중 하나다. 크라우드펀딩 참여 등 창업 초기 투자자 중 자금을 회수해 다른 곳에 투자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거래 상대방을 찾는 게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KSM은 등록기업의 주식 거래를 가능하도록 해 이런 수요를 만족시키고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구조가 정착되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을 위한 시장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그렇지만 중소·중견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KSM까지 개설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KSM은 코넥스가 코스닥으로 가는 중요 통로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코스닥은 과거 벤처기업 시장에서 이제는 장성한 기업이 거래되는 시장이 됐고 여기에 진입할 유망기업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코넥스다. 코넥스가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스타트업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KSM 개설은 크라우드펀딩과 KSM,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상장사다리 체계를 완성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코스닥이 성인이라면 코넥스는 청소년, KSM은 아동으로 볼 수 있는데 그동안은 어릴 때는 신경도 안 쓰다가 청소년쯤 돼서 관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 중인 K-OTC와 사설 거래플랫폼 등 비슷한 성격의 시장이 이미 존재하는데 KSM이 굳이 필요한가란 지적이 있다. 특히 KSM 등록기업의 주식거래가 다른 시장보다 잘 이뤄지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란 평가도 나온다.
 
K-OTC나 사설 거래플랫폼에서는 기업공개(IPO) 직전인 중대형 기업이란 점에서 KSM 등록기업과는 차이가 있다. K-OTC 등이 거래를 위해 존재하는 시장이지만 KSM은 거래와 함께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곳이란 점도 다르다.
 
KSM의 거래와 관련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다만 KSM을 기존 시장과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 주길 당부드리고 싶다.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 맞지만 인큐베이터의 역할이 더 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거래 규모로만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데는 KSM 등록기업의 경우 창업 초기라 한 명 내지 소수가 지분을 모두 보유한 곳이 많다는 것도 영향이 있다.
 
스타트업 육성이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했는데 KSM 등록기업은 어떤 지원을 받게 되는지 설명해달라.
 
크게 자금 조달과 역량 강화, 홍보로 나눠서 얘기할 수 있다. 자금 조달을 위해 중기특화증권사, IBK 등과 공동으로 'KSM-크라우드 시딩펀드'를 조성했고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투자자문위원회를 만들어 KSM 기업에 투자유치 전략을 컨설팅하고 밴처캐피탈을 대상으로 한 IR을 주선해 기업을 알리고 자금 조달도 이뤄지게 한다. IR과 함께 매년 20~30개 KSM 기업을 대상으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기업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전문 멘토링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유망 KSM 기업의 자금조달지원을 위해 마련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멘토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전문기관인 창업멘토협의회와 연계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데 △사업모델 혁신 △기술혁신 사업화 △투자유치 △마케팅·네트워크 △글로벌 △법률·회계·세무·지재권 △홍보·문화·콘텐츠 등 총 7개 분야로 나눠 기업의 수요에 맞게 멘토링을 한다.
 
멘토링이 단발성으로 이뤄지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소 3~4회 이상의 멘토링과 피드백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주로 제품연구·개발에 인력과 역량이 집중돼 있어 영업이나 마케팅, 투자유치, 재무·회계 등 경영과 관련된 역량은 취약한 실정이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솔루션 제시와 사업 방향에 대한 가이드가 상당히 중요하다.
 
KSM-크라우드 시딩펀드나 벤처캐피탈 대상 IR 등만으로는 자금지원에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스타트업을 육성·지원하는 게 거래소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금융기관과 금융회사 등 다양한 곳들과 협약을 맺고 힘을 모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가지 예로 벤처기업 투자플랫폼을 넥스트라운드를 운영 중인 산업은행과 업무협약을 해서 KSM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의 저변을 넓혔다.
 
KSM 관련 업무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 중 하나가 자금 조달을 원하는 기업과 자금이 서로를 찾지 못해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밴처캐피탈뿐 아니라 정책자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줄여 필요한 곳에 집행될 수 있는 자금이 원활하게 흘러가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금지원뿐 아니라 기술보증기금 등의 추천기업이 KSM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반적인 업무에서 다른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KSM에 등록하면 멘토링 등의 지원을 받는 것 외에 다른 혜택은 없는지.
 
KSM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코스닥 등의 상장사로 올라서게 하는 것이다. KSM 등록 시 코넥스에 특례 상장이 가능하도록 한 이유다.
 
일반 크라우드펀딩기업은 펀딩 규모가 3억원 이상, 참여투자자수가 50인 이상이어야 코넥스에 진입할 수 있지만 KSM 등록을 하면 각 요건이 1억5000만원 이상,  20인 이상으로 낮아진다. 코넥스 상장을 위해 필요한 지정자문인 선임 요건도 면제된다.
 
KSM 등록기업에 대해서는 증권시장의 이해와 불공정거래 방지 등 상장법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KSM이 개설된 지 2년이 지났다는 점에서 성과를 내놔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거래 규모로 평가하기 어렵다면 무엇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봐야 하나.
 
코넥스로의 이전이 성과의 기준이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KSM은 코넥스, 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상장사다리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코넥스로 갈 수 있다는 것은 기업으로서 어느 정도 외형과 내실을 갖췄다는 뜻이고 스타트업 육성이란 KSM이 개설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기를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올해는 10여개 기업이 코넥스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KSM과 함께 'KRX M&A 중개망'도 함께 운영 중이다.
 
M&A는 기업이 성장해나가는 데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도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M&A 중개망도 이런 관점에서 만들었다. 상장기업과 스타트업간 M&A는 상장기업에는 신성장 동력 발굴 기회, 스타트업에게는 성장 또는 재창업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모험자본은 투자를 회수해 재투자가 가능하다.
 
다른 곳에서 운영 중인 유사한 플랫폼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매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해 일종의 허위매물이 등장하는 사례가 일부 있지만 거래소의 M&A 플랫폼은 등록된 기관만 가능해 상대적으로 신뢰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증권사와 회계법인, 은행, 자문사, 투자기관, 법무법인 등 권역별로 다양한 전문기관이 중개망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KRX M&A 플랫폼의 신뢰를 높이는 부분이다.
 
일각에서 M&A 성사 건수가 작다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은 많이 또는 빨리보다 신뢰를 쌓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M&A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강하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기업이 자신의 정보 노출은 최소화하면서도 믿을만한 매수자를 찾을 수 있다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M&A에 대한 욕구나 필요가 있어도 시장으로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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